지난 9월 14일 춘천지방법원 형사과(정문성 부장판사)는 프로포폴 상습투약혐의로 입건된 방송인 A 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며 도주 위험도 있다고 판단했다. 전날(13일) 밤 <일요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A 양은 결국 구속 수감됐다. 벌써부터 A 양으로 시작된 검찰의 프로포폴 수사가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동료 연예인과 연예 관계자들에게 방송인 A 양의 구속 후폭풍 및 연예계에 퍼진 프로 포폴 투약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 A 양 “그게 왜 내 가방에…”
방송인 A 양은 프로포폴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혐의가 포착된 연예인이 됐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연예인이 많다는 부분은 이미 연예계는 물론 수사기관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럼에도 지금껏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까닭은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포폴을 투약했을지라도 체내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 마약 투약 검사를 통한 혐의 적발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직 마약 전문 형사는 “필로폰은 상당히 오랜 기간 몸에 남아 있지만 대마초는 2~3달에 불과하다”면서 “대마초를 흡연했다는 정황 증거가 있음에도 체내에서 반응이 나오지 않고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하면 기소가 쉽지 않다. 프로포폴은 대마초보다도 훨씬 짧아 입증이 어려운데 A 양의 경우 네일숍에서 쓰러졌을 당시 핸드백 안에 프로포폴 앰플을 5개나 지니고 있었다는데 프로포폴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구속되기 하루 전 A 양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왜 내 가방에 그게 들어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것도 약인 만큼 시리얼 넘버 같은 게 있을 터이니 경찰이 출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런 체계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안 하고 나한테 계속 불법 상습 투약했냐고만 묻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A 양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또 다른 연예인이 없는지를 계속 물었지만 정말로 아는 게 없어 그 부분은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에선 군 복무 중인 연예인 B 군도 휴가를 나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은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 정황을 군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은 A 양과 B 군이 평소 연예계에서 매우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 양으로 비롯된 검찰 수사가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될 징후가 포착된 셈이다.
검찰 주변에선 A 양의 휴대폰 문자 내용 중에서 동료 연예인의 프로포폴 투약 관련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B 군의 혐의 입증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행여 A 양의 수사 과정에서 B 군의 프로포폴 투약과 관련된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됐을지라도 체내에 프로포폴이 남아 있지 않고 B 군이 완강히 부인할 경우 혐의 입증이 힘들기 때문이다.
# “의사들이 권유해 맞기 시작”
취재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경험해 본 연예인들을 몇몇 만날 수 있었다. 한 여자 방송인은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그 약을 마약이나 마취제가 아닌 피로회복제로 알고 있었다. 그걸 맞는 게 불법이 아닌 시절엔 의사들이 많이 권했다”며 “방송 녹화가 대부분 늦은 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이어져 늘 잠이 모자라 힘들었는데 그 약을 맞으면 잠깐만 자도 피로가 회복돼 자주 애용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약이 마약이 돼버리니 많은 연예인들이 힘들어한다. 나도 힘들게 끊었다. 이건 마약 중독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프로포폴을 경험했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는 프로포폴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뒤 이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몇몇 연예인들은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예인들은 조금만 더 시간을 준다면 대부분 프로포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텐데 갑작스런 수사로 A 양이 곤란해진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급 임원은 “왜 A 양이 구속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대마초도 초범이고 단순 흡연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마약 투약 정황 증거가 있어 여러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검찰이 기소조차 못한 연예인도 많은데 왜 A 양은 프로포폴 정도로 구속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합법적인 투약이 가능해 자주 투약했던 연예인들이 많은데 그건 프로포폴을 마구 놔준 의사들의 잘못이 더 큰 것 아니냐”며 “법이 바뀌어 프로포폴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힘겨워하는 연예인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줬으면 하는데 아쉽다”고 항변했다.
# 프로포폴 수사가 정국 전환용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A 양이 구속 수감되자 연예인 프로포폴 수사가 ‘인혁당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대선 정국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 네티즌들 사이에선 프로포폴이 포도당과 같은 당 주사의 일종으로 한국어 명칭이 ‘인혁당 주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다.
또한 법원이 신속하게 구속 영장을 발부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A 양이 필포폰이나 대마초와 같은 기존 마약류도 아니고 케타민 같은 신종 마약도 아닌 데다 수면마취제였다가 2011년부터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의사들이 무더기 적발됐을 때는 불구속 기소했으면서 왜 A 양은 구속 영장을 발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A 양이 연예인 신분이어서 구속을 해야 실명까지 공개할 수 있고, 더 화제가 되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수사당국이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를 정국 전환 카드로 활용해 왔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된 A 양 사건으로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