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화 전쟁을 치르게 될 안철수 원장(왼쪽)과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일요신문DB |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간 단일화가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 시기, 방법 등을 놓고 양측의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치열한 신경전 끝에 대선후보 등록 직전인 11월 25일 새벽에야 타결된 바 있다. 특히 단일화 방안을 놓고 양측의 셈법이 달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이 높은 안 원장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100% 국민경선을, 문 후보 측은 최대한 조직을 활용한 경선 도입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안 원장이 단일화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문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후보이긴 하지만 안 원장에게 워낙 큰 차로 뒤지고 있어 안 원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흡수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데 최근 문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문 후보 진영에선 “여론조사로 해도 안 원장을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통합당 경선 13연승을 하며 문 후보의 자신감이 그만큼 높아졌단 얘기다.
결국 단일화의 최대 변수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 측이 단일화 논의를 주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베일에 싸여 있는 안 원장 행보도 단일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입당, 제3세력 창당, 무소속 등 다양한 진로를 열어 놓고 단일화에 가장 유리한 것이 무언인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설령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더라도 시기, 지분협상 등 두 후보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더 있다. 야권 단일화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인 셈이다.
단일화의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한 두 후보의 기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제안한 ‘책임 총리론’을 놓고 양측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는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안 원장에 대해 양보를 요구한 것이란 게 정치권의 견해다. 총리직을 매개로 단일화 담판을 짓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 원장 진영은 떨떠름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문 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이 통 큰 양보를 한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 같은데 대선은 조금 다르지 않겠느냐. 서울시장 때는 거의 비자발적으로 후보에 오르내렸던 것이고, 이번엔 안 원장이 의지를 갖고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안 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후 (단일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