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딜리 역 ‘다리 꼰 모양’ 조각 ‘성적 대상화’ 비난 쏟아져…광고 회사 “일부러 관심 끌기 위해”
최근 영국 맨체스터의 피카딜리 역에 설치된 자궁경부암 예방 캠페인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노스웨스트 암 연구소’가 진행하는 ‘다리를 꼬지 마세요(Don't Keep Em Crossed)’는 경부암 검사를 꺼리는 여성들로 하여금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이다.
문제는 이 캠페인에 사용된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맨살의 다리 조각상이 다소 선정적으로 비친다는 데 있었다. 광고 설치물 한편에는 “우리 지역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영국의 다른 지역들보다 19%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49세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지 않고 있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라고 쓰여 있다.
취지는 분명히 좋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별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다리를 벌려야 하니 다리를 꼬지 말라는 의미로 설치된 조각상이건만, 검진 과정을 성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 일부 여성들은 불쾌감을 내비쳤다. 더욱이 이렇게 다리를 꼬는 자세가 여성들이 더 ‘여성답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 최대의 육아정보 사이트인 ‘멈스넷’의 한 회원은 이 광고를 가리켜 “1970년대 해변 휴양지에서 열렸던 각선미 대회를 홍보하는 듯 보인다”라고 비꼬았다.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데비 캐머런은 X(옛 트위터)에 “도대체 이런 캠페인을 구상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라며 모욕적이라는 이유로 맹비난했다. 작가이자 페미니스인 토니 하기스 역시 “믿을 수가 없다. 누가 이걸 좋은 아이디어라고 내놓았을까. 중요한 건강 검진 절차를 선정적으로 만들고 여성을 모욕하고 있다”라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이 밖에 많은 여성들도 이 광고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여성들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장려하는 것이 목표일 텐데, 과연 이렇게 ‘섹시한’ 다리 조각이 그 불편한 검사를 받도록 여성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캠페인을 기획한 광고 회사 ‘인플루언셜’의 이사인 카렌 스완은 “일부러 관심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난스럽고 도발적으로 묘사했다”고 말하면서 ‘다리를 꼬지 마세요’ 슬로건 자체는 완벽하다고 주장했다. ‘노스웨스트 암 연구소’의 대변인 역시 “이번 캠페인은 여성이 기획했고, 여성이 주도했다. 이 광고에 사용된 다리도 해당 여성들의 다리다”라면서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대변인은 “일부 부정적인 반응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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