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상승·허가 따는 데만 3~4개월” 참가국 불만…경직된 일본 관료사회 ‘융통성 없는 행정’ 비판도
#행사장은 아직도 살풍경
개막까지 이제 1년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오사카 엑스포가 열릴 인공섬 ‘유메시마’는 스산한 풍경이다. 박람회장에 들어설 파빌리온(전시장)은 참가국이 직접 예산을 투입해 짓는 ‘타입 A’, 엑스포 주최 측이 준비한 건물을 참가국이 활용하는 ‘타입 B’, 많은 참가국이 함께 이용하는 ‘타입 C’ 등으로 나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타입 A를 신청한 국가 중 공사업자를 확보한 나라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건설비 급등으로 참가국이 예산 범위 안에서 공사업자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아사히신문은 “일손이 부족하고 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외국 정부와 건설업체 간 교섭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파빌리온 건설이 더딘 배경을 전했다.
지난 11월에는 멕시코와 에스토니아가 공사비 급등 등을 이유로 “박람회장에 파빌리온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자 한다”는 의향을 밝혔다. 멕시코는 본래 타입 A를 신청했으나, 자국 내 사정으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담당자는 “타입 A로 가고 싶어도 일본 대형 건설사를 찾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털어놨다. 폴란드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파빌리온을 ‘간소한 창고’ 타입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본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시아 국가의 한 담당자는 “일본의 복잡 괴기한 건축 규제에 직면해 파빌리온 건설허가를 따는 데 3~4개월이 걸린다”며 아연실색했다. 그는 “4개의 허가가 필요한데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당국의 도움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많은 나라가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건설프로젝트 매니지먼트 LC&Partners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번 엑스포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로렌조 캔덜파거는 “유독 예외에 대응하는 방법이 서투른 나라가 일본”이라고 일침을 놨다. “일본은 계획이 정해지고 매뉴얼이 있을 경우 매우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인 반면, 예외만큼은 약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엑스포가 ‘예외투성이 이벤트’라는 점이다. 어느 나라나 독자적인 규제와 절차가 있기 마련이고 엑스포에서만큼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에 참가국들은 개최 도시가 자국의 규칙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예외로서 받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융통성 없는’ 일본은 소극적이다. 이에 대해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갈수록 많은 외교관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오사카 엑스포 출전 규모를 줄이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고질병 응축된 엑스포
이번 오사카 엑스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의 축소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심한 노동력 부족, 엄격한 규제, 예산 대폭 상향 조정 등이 두드러진 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 엑스포 회장 운영비가 당초 계획보다 43.4% 오른 1160억 엔(약 1조 5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어 일본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난 비용은 운영비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에는 건설비도 대폭 올렸다. 애초 전망치인 1250억 엔에서 두 배 가까이 뛴 2350억 엔(2조 1400억 원)이다. 건설비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제계가 각각 3분의 1씩 낸다’는 규정에 따라 일본 정부 부담액도 783억 엔으로 부풀어 올랐다.
건설비 상향 조정은 인건비와 자재비가 급증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현지 매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납세자들이 ‘엑스포로 인해 얼마나 부담이 증가하는지’를 1엔 단위로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왜 엑스포 개최에 연연하는가” “차라리 중지하라”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딱히 반대하지 않더라도 “파빌리온 등 공사 지연이 심화되고 있어 과연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는 염려도 크다.
#일본인 69% “엑스포 관심 없다”
엑스포는 1851년 런던박람회가 시초다. 당시에는 훨씬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로 외국의 음식과 기술,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제한된 세계인들에게 엑스포는 훌륭하고 스릴 넘치는 국제전람회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모했다. 치킨비리야니의 레시피를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 1개가 오사카 엑스포의 상정 관람객 수를 가볍게 웃도는 시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삐걱대는 오사카 엑스포를 두고 “엑스포 개최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열광을 이끌어낼 것인지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예산 초과가 현저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스포츠 자체가 관중을 열광하게 한다. 하지만 엑스포는 어떨까. 더욱이 엑스포는 반년간의 이벤트가 끝나면 건물 전체가 완전히 헐리고 만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문제도 따라다닌다.
‘예상 방문자 수 2820만 명, 경제 파급 효과 2조 엔.’ 오사카 엑스포를 주최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경제 효과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포장해도 흥겨움이 전무하다. 오히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엑스포 예산에 “세금 낭비일 뿐이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2월 18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엑스포 티켓에 대해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에 불과한 데 비해 ‘사고 싶지 않다’가 무려 79%였다. NHK 여론조사 결과 엑스포에 대해 ‘관심이 없다’라는 응답이 69%에 달했다. 반면 ‘관심이 있다’라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또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엑스포를 계획대로 치러야 한다’라는 응답은 고작 18.8%에 불과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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