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 승강제 시행으로 자동 강등되는 상무가 남은 경기 출전을 거부, K리그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17일에 열린 강원 FC와 상주 상무와의 경기. 사진제공=강원 FC |
# 도시민구단들의 집단 이기주의?
▲ 하위그룹에 속해있는 전남 드래곤즈와 광주 FC의 경기. 사진제공=광주FC |
그러나 상무의 반발이 거세지자 구단들은 난처해졌다. 든든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구단들과 달리 ‘승강제 시행’ 결정이 나오면서 재정이 취약한 도시민구단들은 특히 자신들이 첫 희생양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였다. 비단 올해뿐 아니라 내년 시즌에도 2부 리그 강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두운 그림자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규리그 30라운드가 끝나자 하위 9~16위 팀들이 속한 그룹B의 구성원들은 대개 도시민구단들이었다.
때문에 도시민구단들의 입장에서는 상무의 포지션이 대단히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상무가 자동 강등이 되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자신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상무의 ‘성적 보장’에 결코 찬성표를 던질 수 없었다. ‘상무가 죽어야 우린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기적인 계산이 전혀 깔려있지 않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상무와 상주 구단 측은 “성적이 좋지 못해 (2부 리그로) 떨어지는 건 감수할 수 있지만 성적이 강등권이 아님에도 하위 리그로 내려간다면 프로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며 초강수를 뒀다. 특히 상무와 상주시(市)의 연고 계약 만료 시점은 올해 말로 돼 있어 절박했다.
프로연맹이 9월 초 개최한 K리그 워크숍 때도 도시민구단 프런트들은 상주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옹기종기 모여 대책 회의를 하느라 상당히 바빴다는 후문이다. 물론 상무 입장도, 도시민구단들의 입장에도 각자가 처한 사정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았다. 축구계 여론도 마지막까지 양측이 팽팽했다.
2부 리그 추진에도 제동을 걸었던 대다수 도시민구단들이 승강제 시행이 확정되자 1부 리그 잔류에 사활을 건 이유는 또 있다. 생존의 문제였다. 강등되면 시 차원의 지원금 축소와 후원 및 지원 축소, 스폰서 계약 난항 등 악재들이 이어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 팀 해체로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 탓이었다. 도시민구단들이 “당장 2부 리그 운용을 하는 건 어렵다”고 주장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더불어 상무의 K리그 불참은 숱한 생채기를 남기게 됐다. 이제 현역 선수들이 꾸준한 프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서 병역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문은 더욱 좁아졌다. 경찰청이 사실상 전부가 돼 버렸다. 당장 입대 선수들이 없어 고민은 없다고 해도 언젠가 자신들의 구단에서 입대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미래를 생각 않는 ‘조삼모사’ 꼴이다.
# 불편하지만 희망도 있어
▲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 |
선수들도 프로 팀들의 확대를 환영한다. 진로가 확대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어쩌면,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달 수 있는 ‘2부 리그’ 타이틀은 썩 달갑지 않지만 K리그가 확대 개편되면 몸담을 수 있는 구단들의 숫자 또한 늘어난다. 현재 K리그 구단들은 모두 16개. 그런데 내년 시즌이 되면 1부 리그 14개, 2부 리그 최소 6~8개 팀으로 구성된다. 무려 6개 팀이 늘어나는 셈이다. 재정 형편이야 각기 다르겠지만 그래도 문호가 넓어진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다. 더욱이 ‘2부 출신’이란 꼬리표와 달리 ‘프로’라는 타이틀만큼은 보다 많아진다는 의미에서도 반갑기만 하다. 물론 3부 리그 격이 될 실업축구 내셔널리그까지 합친다면 파고 들어갈 틈이 더 넓어진다.
문제는 남아있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의 승격이 당분간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프로연맹은 새로이 출범할 2부 리그 팀들에 한해 AFC 클럽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유예 기간을 2년으로 잡았다. 1부 리그에 오르기 위해선 라이선스를 반드시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요건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승격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다. 한동안 진통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축구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케팅 및 용품 업체들과 에이전트들한테는 큰 기회로 다가온다. 용품 업체 입장에서는 노크할 수 있는 구단들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많은 가능성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흐뭇할 수밖에 없다. 한 업체 직원은 “대개 다음 시즌 용품 후원 계약이 그해 중순에 일찌감치 진행되곤 했는데, 올해는 특히 바빠졌다. 2부 리그로 내려갈 팀과 생존에 성공한 팀들을 구분해 따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이 옮길 곳이 많아지자 에이전트들이 자사 소속 선수들에게 새로운 진로를 열어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졌다. 긍정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결국 좋은 선수들은 각 구단들이 수급하기 마련이다.
한 에이전트는 “이적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 같다. 선수들의 이동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1~2부 리그 간의 선수 임대 계약도 늘어날 것이다. 대표 선수들이 2부 리그에서 뛰는 모습도 나올 수 있다. 화제와 이슈가 풍성해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