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환우선주 매입 두고 뒷말…미래에셋생명 “이자 비용 감축 효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상당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이 최근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각각 9.19%, 0.73%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지분을 매입하더니 올해 각각 13.19%, 4.27%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사실상 가족회사로 분류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을 비롯해 특수관계자가 91.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이 지분 60%를 확보했고, 미래에셋컨설팅이 3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다른 생명보험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셋생명의 주가가 저평가돼 이들 회사가 지분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미래에셋생명의 저평가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특히 오너가 있는 금융사로서, 오너 일가에 이익을 챙겨주는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연히 저평가받는 것이라기보다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진적 지배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환우선주 발행·매입 사례를 들 수 있다. 2011년 미래에셋생명은 3000억 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포트폴리오씨에 매각했다. 매년 매각 대금의 5%를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전환우선주는 발행 후 1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미래에셋생명 전환우선주 발행 당시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캐피탈과 전환우선주를 매입한 포트폴리오씨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포트폴리오씨에는 해당 전환우선주를 넘길 수 있는 권리(풋옵션)을 주고, 미래에셋캐피탈은 전환우선주를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은 콜옵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됐다. 포트폴리오씨도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보통주로 바꿀 이유가 사라졌다.
포트폴리오씨가 보통주 전환보다 풋옵션을 행사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손실을 고스란히 보게 될 처지였다.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액은 1만 1108원. 당시 미래에셋생명 주가(2020년 12월 30일 종가)가 38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2배 넘는 금액을 주고 포트폴리오씨가 가지고 있던 미래에셋생명 전환우선주를 매입해야 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기업평가는 2016년 미래에셋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이) 약 300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생명의 전환우선주를 매입하기로 한 것도 실질적 채무로 간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역시 박현주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회사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34.3%를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가족회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도 미래에셋캐피탈 지분을 각각 29.53%, 9.98%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가족회사 미래에셋매니지먼트도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9.49%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의 손실은 오너인 박현주 회장에게 미칠 수 있다.
이때 미래에셋생명이 나섰다. 미래에셋생명은 2021년 6월 3000억 원을 투입해 전환우선주를 모두 매입했다. 2020년 12월 전환가액 기준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1500억 원을 하회하는 가치를 지닌 전환우선주를 2배 넘는 가격을 주고 매입한 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입을 수도 있었던 1500억 원의 손실을 미래에셋생명이 떠안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이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손실을 대신 감당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자사주인 전환우선주 매입 영향으로 자본이 축소돼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전환우선주 매입 여파로 미래에셋생명 자본총계는 2020년 2조 2850억 원에서 2021년 1조 9021억 원으로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20년 1678%에서 2021년 2107%로 급증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당시 전환우선주 매입은 합리적인 경영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보인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2011년 미래에셋생명의 전환우선주 발행조건은 세후 5%로 당시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자본비용이 아니었으나 2021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 수준이 되면서 상당한 고비용 자본이 됐다”며 “(전환우선주가 계속 있었다면) 전환우선주의 5%를 세전기준으로 환산하면 6.7%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당시 미래에셋생명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금리가 3.9%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약 8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21년 전환우선주 자기주식 취득은 당사 고비용 자본구조 해소를 위한 것이 목적으로 그 외의 특이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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