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거론’ 임상민 부사장 입지 구축 추측…사측 “아직 사업 구체화 단계 아니다”
#신규 브랜드 출시?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대상(주)은 지난 11월 ‘피키타카’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대상(주)이 피키타카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상(주)은 식품 사업을 염두에 두고 피키타카 상표 출원을 신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상(주)은 피키타카가 국제상품분류(NICE분류)상 29류, 30류, 35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9류는 식육, 생선, 과일, 우유 등의 식품이고, 30류는 커피, 차, 파스타, 과자, 설탕 등 향신료 및 기호식품이다.
한편, 35류 지정상품에는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전기통신에 의한 통신판매중개업’ ‘멤버십 카드 관리를 통한 마케팅서비스업’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대상(주)이 피키타카를 통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피키타카는 현재 심사대기 상태다. 심사대기란 상표출원서가 인정요건을 갖춰 특허청에 수리됐지만 아직 심사권 배정이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상표 출원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대상(주)이 피키타카 브랜드를 출범하더라도 본격적인 사업은 2025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대상(주)은 최근 몇 년간 신규 브랜드를 꾸준히 선보였다. 대상(주)은 2020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야식이야’를 출시했고, 2021년에는 다른 HMR 브랜드 ‘호밍스’를 론칭했다. 대상(주)의 HMR 브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덕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대상(주)의 매출은 △2020년 3조 1132억 원 △2021년 3조 4700억 원 △2022년 4조 841억 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대상(주) 식품 사업부의 매출은 2021년 2조 7418억 원에서 2022년 3조 2700억 원으로 19.26% 증가했다.
대상(주)의 신규 브랜드 출시에는 임상민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임 부사장은 2014년 대상(주) 상무에 취임했고, 2016년에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3월 부사장에 올랐다. 임 부사장은 2016년부터 대상(주)의 전략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대상다이브스의 전략 담당 임원도 겸하고 있다. 대상다이브스는 대상그룹의 커피 관련 식자재 판매 업체다. 대상(주)은 임상민 부사장 승진 당시 “임 부사장은 실무형 리더십으로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추진을 위해 부사장 승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임상민 부사장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실패나 논란 없이 순탄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임 부사장이 피키타카 관련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상그룹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대상(주) 관계자는 “사업 준비 단계에서 미리 상표권만 등록한 것”이라며 “사업 계획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신규 브랜드 출시가 능사는 아니라고 분석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야 하고, 식품업계처럼 경쟁이 심한 분야는 성공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신규 브랜드가 실패하면 경우에 따라 회사 전체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상(주)의 최근 실적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아 신규 브랜드 마케팅 비용에 부담이 갈 수 있다. 대상(주)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3조 747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3조 1170억 원으로 1.38% 늘어나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58억 원에서 1102억 원으로 12.41% 감소했다.
대상(주)의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상(주)에 대해 “라이신 판가 하락으로 인한 소재부문 실적 저하가 예상되며 높은 곡물가격이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외 사업 확장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및 지분투자가 계획돼 있어 과거 대비 확대된 투자자금 소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영 승계는 언제?
임상민 부사장은 차기 대상그룹 회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자녀로 장녀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차녀 임상민 부사장 두 명을 두고 있다. 경력은 임상민 부사장이 앞선다. 임상민 부사장은 2007년 대상그룹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 차장으로 입사했고, 임세령 부회장은 2010년 대상HS 공동대표에 선임되면서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임상민 부사장의 대상홀딩스 지분율은 36.71%, 임세령 부회장의 지분율은 20.41%다. 임창욱 명예회장과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의 대상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4.09%(보통주 기준), 3.87%다. 임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37%로 여전히 임 부사장 개인 지분율보다 낮은 수치다.
임상민 부사장이 승계에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보유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아 단언할 수는 없다. 임 부사장이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피키타카 상표 신청 등 대상(주)의 움직임에 재계 시선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임창욱 명예회장이 지난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상(주) 지분 0.55%를 38억 3725만 원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 12월 8일에는 대상홀딩스 우선주 2만 8688주와 대상(주) 우선주 4만 3032주를 각각 13억 3442만 원, 8억 2393만 원에 매각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임 명예회장이 매각 대금을 증여세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추후 대상홀딩스 주가가 하락하면 지분을 재매입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앞서의 대상(주) 관계자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지분을 매각했다”라고 밝혔다. 향후 경영 승계 계획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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