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행보’로 유명한 이정재인 터라 단순한 동창 만남 아니라는 등 해석 분분…대상홀딩스 주가 폭등도
#이정재와 한동훈 장관의 인연
이정재와 한동훈 장관은 11월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생갈비 식당에서 2시간가량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주목받기 시작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식당을 나서는 두 사람은 누군가의 사진 요청에 선물 박스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들의 모습은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한 장관이 이정재의 차를 타고 함께 떠났다’는 목격담까지 나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1991년 나란히 졸업했다. 이번 저녁 식사 자리 역시 ‘현대고 5기 동창’이라는 인연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두 사람이 학창시절 이후 최근까지 사적인 인연을 맺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식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목격담이 순식간에 SNS를 통해 퍼진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바이럴 마케팅’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정재와 한동훈 장관의 만남을 화제로 만들기 위해 ‘의도된 기획’이 작동했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SNS로 퍼진 목격담 가운데는 ‘한동훈 장관이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떠났다’는 식의 미담성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동훈 장관의 정치 행보에 이정재 등판, 득? 실?
이정재는 평소 자신의 행보에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화와 관련해서도 사적인 인연을 앞세운 각종 제의를 받지만 단순히 ‘인연’으로만 그런 제안을 수락하지 않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연예계에서는 ‘신중한 행보가 지금의 이정재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인연에 휘둘리기보다 시의적절한 판단으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기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이정재가 직접 나선 한동훈 장관과의 저녁 식사 회동 역시 ‘동창끼리의 만남’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 한동훈 장관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공직자의 신분으로 대구를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고 이어 대전과 울산을 연이어 찾아 지역 챙기기 행보를 벌이고 있어서다. 현직 장관이 담당 업무와도 연관되지 않은 지역과 행사 등을 찾아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톱스타 이정재가 등판하면서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인기 연예인과 고위 공직자의 인연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후광효과가 크다. 당장 대상홀딩스 주가가 급등을 거듭했다. 대상홀딩스의 임세령 부회장은 이정재와 연인 사이로 유명하다. 햇수로 9년째 공개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4~5년 전부터는 동반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LA에서 열리는 라크마 아트‧필름 갈라 행사에 4번이나 동반 참석해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2022년에는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는 자리에 임 부회장이 참석해 화제를 뿌렸다.
현재 임세령 부회장과 대상홀딩스는 이정재와 한동훈 장관의 만남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으로 지목된다.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11월 28일 대상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70원(25.17%) 오른 1만 1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정재의 식사 회동 다음 날인 11월 27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째에도 20% 이상 폭등했고,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1만 1720원에 다다르기도 했다. 부인할 수 없는 ‘한동훈 테마주’ 효과다.
대상홀딩스에는 한동훈 장관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양동운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 임상규 사외이사는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동료 사이다. 이에 따라 대상홀딩스는 한 장관과 연결된 시선을 받아왔지만 이번 이정재의 등판 이후 테마주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후폭풍이 일자 이정재의 행보를 바라보는 의견은 분분하다. 특히 그의 오랜 팬들은 정권 및 정치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정재의 선택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장관의 정치 행보를 돕고 있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어서다. 굳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에 나가 사진까지 찍어 SNS에서 공유되도록 도운 부분 역시 의아함을 자아낸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월 27일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이정재와의 식사 만남이) 우연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 전에 한 장관의 아내인 진 변호사가 봉사하는 사진도 언론에 쭉 풀려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건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둘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풀렸다는 부분은 좀 이상하다”고도 꼬집었다. 이정재를 이용해 소위 ‘연예인 마케팅’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정재는 그동안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대사를 맡아 관련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하지만 11월 29일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홍보대사 활동은 멈췄지만, 이전까지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각종 홍보 영상에 출연하거나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부상한 그의 유명세와 존재감에 기대 부산 엑스포 유치 작전을 펴는 전략이었다. 한동훈 장관 역시 단 한 번의 저녁 식사를 통해 ‘이정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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