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9시간 vs 흥망성쇠 18년…이덕화, 생존 인물 실명 사용 ‘부담감 백배’
이 영화의 흥행과 함께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2005년 방송됐던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다. 동시대 현대사를 다루고 있으며 등장인물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과연 두 작품은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른가.
#‘서울의 봄’ vs ‘제5공화국’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군사 쿠데타와 이를 막기 위한 군인들 간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불과 9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2시간에 담았기에 당시 상황 및 인물 묘사가 디테일하다.
‘서울의 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되는 10·26에서 출발한다. 12·12 사태를 주도한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군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의 충돌이 주된 축이다. 계엄사령관을 체포해 쿠데타를 정당화하려는 전두광과 국가 전복을 노리는 전두광 일당을 소탕하려는 이태신의 숨막히는 대결 외에, 그 상황 속에서 대통령, 국방부 장관 등 결재 권한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또 서울을 중심으로 각 부대가 어떻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등이 시시각각 묘사된다.
하지만 ‘제5공화국’에서 12·12 사태는 전체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2005년 4∼9월 41부작으로 방송된 이 드라마의 1979년 발생한 10·26 사태부터 1997년, 즉 18년의 세월 다룬다. 10·26 사태 이후 12·12 사태로 권력을 쥔 군부 세력의 이야기를 넘어 5·18 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녹화사업, 국제그룹 해체 사건, 간첩 조작 사건, 6·10 민주항쟁, 6·29 선언 등을 차례로 풀어낸다. 나아가 마지막 회에서는 5공화국 청문회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사건까지 그린다.
따라서 신군부 세력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과정을 ‘서울의 봄’을 통해 확인한 뒤, 그들의 향후 행보는 ‘제5공화국’을 보면서 좇아가면 된다.
#전두광 vs 전두환
‘서울의 봄’의 주인공 이름은 전두광이다.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이후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를 모티브 삼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실제로 ‘서울의 봄’의 첫 대본에는 실명이 그대로 담겨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가명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명을 쓰니까 표현이 자유로워지더라. 역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걸 포기하는 대신 창작자의 자유로움을 획득했다”면서 “캐릭터 이름 몇 개를 써두고 투표했는데 그게(전두광) 항상 1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봄’의 전두광은 황정민이 연기했다. 황정민과 ‘아수라’를 함께한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그가 출연한 연극 ‘리차드 3세’를 본 후 전두광 역에 황정민을 낙점했다. 탐욕적이고 뒤틀린 왕의 모습에서 전두광을 봤기 때문이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에서 “‘서울의 봄’이라는 시나리오 안에 정답이 나와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전두광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반면 ‘제5공화국’에서는 전두환이라는 실명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배우 이덕화가 연기했다. 평소 가발을 착용하던 그가 가발을 벗어 던지고 민머리로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 자체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생전 전두환이 이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터라 연기하는 이덕화의 부담이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4월 열린 ‘제5공화국’ 기자간담회에서 이덕화는 “생존해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어 부담된다”면서 “50년 뒤에 제작된다면 매력 있는 배역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민감한 게 사실이다.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지 않고, 제작진에 전적으로 맡기고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신 vs 장태완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에 맞서는 인물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이다. 갑종장교 출신으로 중책을 맡아 끝까지 신군부 세력과 항전을 벌인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 삼았다.
극 중 이태신은 강직한 군인으로 묘사된다. “야 이 새끼들아! 니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탱크를 몰고 가서 니놈들 대갈통을 다 뭉개줄 테니!”는 관람객들이 꼽은 ‘서울의 봄’의 명대사다.
이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도 재평가받고 있다. 미남의 대명사였던 그가 오롯이 연기력으로 밀어붙인 ‘서울의 봄’은, 정우성에 대한 연기 평가를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만들기 충분했다. 처음부터 정우성을 염두에 두고 이 역할을 구축했다는 김 감독은 “홀로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모습. 정우성 외에는 생각이 안 났다”면서 “외롭지만 반란군들과는 대비가 되는 멋진 인물, 정우성의 외피와 많이 겹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5공화국’에서 장태완은 주변 인물이다. 전두환 외에 노태우(서인석 분), 장세동(홍학표 분), 허화평(이진우 분) 등 신군부 세력이 주인공들이었기 때문이다. 장태완은 12·12 사태를 다루는 장면에 등장하는데, 이는 성우 출신 배우 김기현이 맡았다.
하지만 출연 분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성량으로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니들 거기 꼼작 말고 있어 내가 전차를 몰고가 니놈들 머리통을 다 날려 버리겠어! 역적 놈의 새끼들!”이라는 대사를 읊었고, 이는 유행어가 됐다.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당시 그에게는 ‘장포스’(장태완+포스)라는 별명까지 선사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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