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뭘 했나” 비판 속 축구협회 대처 두고도 음모론까지 제기
해외 뉴스에서나 종종 보던 일이 한국 대표팀에서도 일어난 듯 했다. 시작은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이었다. 지난 2023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을 앞두고 식사 시간 중 선수단 내 다툼이 있었다는 보도였다.
다툼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로는 주장 손흥민과 신성 이강인이 지목돼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으로 인해 손흥민은 손가락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손흥민은 요르단전과 이후 소속팀 경기에서 손가락에 테이핑을 감고 나왔다.
섣불리 믿기 어려운 보도였다. 최초 보도한 '더선'은 유럽 선수들의 가십성 소식을 자주 다뤘던 매체였다.
하지만 이어진 소식은 놀라움을 더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내 언론에 '다툼이 있었던 것이 맞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상황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선수단 내 갈등에 대해 각종 설이 난무했다. '익명의 대표팀 관계자'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을 전했다. '특정 선수가 주먹질을 했다',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주먹을 피했다' 내용은 제각각이었다. 자연스레 팬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과거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상윤 해설위원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선수단 내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해외 언론 보도까지 나온 것은 분명 심각한 일이다. 과거에도 대표팀에서 갈등은 있었다. 모두가 다 잘 지낼 수 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외부까지 나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대표팀에 대해 비판이 가해질 때 선수들이 했던 말이 '팀 분위기는 좋다'였다. 그런데 그 말도 거짓말이 돼버렸다. 실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코칭스태프들의 역할에 의문을 표했다.
"다툼이 벌어진 곳이 식당이었다고 한다. 코칭스태프도 있었을 텐데 감독이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감독이 팀을 어떻게 이끌었기에 선수들이 싸움을 하나. 그 순간 감독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의문이다. 싸움에 대해 계속해서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나. 그런데 감독이 뭘 했다는 얘기는 안 나온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은 부족할지라도 선수단 관리는 잘한다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
이상윤 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같은 축구인으로서 선수시절 스타 플레이었기에 나름 존중하고 있었다. '아시안컵 우승하겠다. 기다려 달라'기에 그동안 조용히 지켜봤다"면서 "이번 사건을 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컨트롤하지 못하고 사건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까지 했다. 최악의 감독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의 대처를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민감한 사안을 곧장 인정하면서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아시안컵 실패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선수들에게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언론 제보 당사자가 축구협회 측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를 두고 축구협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있던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빠르게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례적인 사태에 한 축구인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어느 조직이 일을 그렇게 하나. 이전까지는 불리한 일 있을 땐 입을 닫았다. '확인 중이다' 정도로만 대처해도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 선수들이 축구협회를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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