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달러 MLB 계약 마다하고 한화행…이태양 “뉴스 접하기 전 ‘오키나와서 보자’ 전화해 소름 돋아”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계약을 마무리 짓고, FA 시장에 나왔지만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 이렇다 할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오퍼가 없었던 건 아니다. 류현진에게 오퍼를 했던 팀들 중에는 이미 미국 ‘디 애슬레틱’의 기사를 통해 알려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있다.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샌디에이고 구단 관계자도 샌디에이고가 류현진에게 오퍼한 사실을 인정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선수 측에 제안한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옵션 관련해서 협상을 이어가다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다른 한 팀에서도 류현진에게 1년 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고민 끝에 거절했고, 거절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새 팀을 찾지 못한 거물급 선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스캇 보라스의 고객인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 코디 벨린저, J.D 마르티네즈 등 몸값 비싼 선수가 대부분이다. 곧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되는데도 선수들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 상황들이 류현진에게 답답함을 안겨줬을 것이다. 12월 안에 끝나길 바랐던 자신의 계약이 1월로 넘어갔고, 1월 안에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계약 소식이 다시 2월로 넘어갔다.
그사이에 류현진은 지난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장민재, 이태양 등 한화 후배들과 개인 훈련을 진행했고, 귀국 후에는 서울에서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와 혼자 훈련을 이어갔다.
선발 투수들은 개막이 다가오면 등판 일정을 계산해서 훈련 스케줄을 정한다. 몇 차례 불펜피칭과 라이브BP(배팅·피칭)를 소화한 다음 계속된 시범경기 등판을 통해 실전 경기 감각을 익힌 후 개막전을 준비한다. 이러한 일정을 잘 알고 있는 류현진으로선 시즌 개막 일정을 고려했을 때 계약이 지체되는 게 부담이었을 것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도 최선을 다했다. 또 다른 두 팀에서도 오퍼를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중 한 팀에선 1년 1100만 달러의 규모의 계약으로 협상이 가능한지 문의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2월 중순 이후 미국보다 한화행으로 급격히 마음이 기울었고, 2월 19일 에이전트 측에 한국에서 남은 야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최종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에는 손혁 단장의 인내와 노력이 한몫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에서 복귀전을 가질 때 직접 토론토까지 날아가 류현진과 식사를 겸한 만남을 가졌다. 처음부터 한화 복귀를 제안한 건 아니었다. 한화의 상황과 선수들 관련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한화로 돌아오는 게 어떤지 물었다. 2023시즌을 마치고 류현진이 귀국했을 때도 몇 차례 식사를 하며 조금은 적극적으로 영입 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손 단장은 이후 문자와 통화로 류현진의 상황을 체크했고, 한화의 호주 1차 캠프가 마무리될 무렵 류현진에게 데드라인을 주고 결단을 내려 달라고 이야기했다는 후문이다.
류현진은 코로나19를 제외하고 해마다 일본이나 제주에서 개인 캠프를 차렸다. 류현진의 한 측근은 지난 1월 오키나와에서 한화 후배들과 함께했던 훈련이 류현진의 한화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당시 후배들과 생활을 같이하면서 류현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했다는 것. 그래서 당시 동행했던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한테 그때 분위기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국은 선후배 문화도 없고, 경기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정을 느끼고 교감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오키나와에서 류현진은 후배들과 함께하는 훈련 외 시간을 무척 즐기고 행복해했다. 어쩌면 그동안 오랜 미국 생활에 다소 지친 면도 있을 것이다. 남은 야구 인생을 한화 후배들과 재미있게 야구하면서 후배들을 돕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류현진의 원래 시나리오는 2025시즌 한화 복귀였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가 예상대로 펼쳐지지 않았고,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더디게 흘러가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미국에서 11년을 보내며 다양한 희로애락을 겪고 넘어섰던 상황들. 그리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MLB 계약과 계약 후 비자 발급 등 문제로 팀 합류가 늦어지는 일 등을 고려했을 때 류현진에게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더 뛰는 건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류현진은 35세의 나이인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피나는 재활 훈련 끝에 2023년 8월 복귀전을 치렀고, 지난해 11차례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자신감을 안고 시즌을 마친 류현진은 비시즌 동안 훈련을 쉬지 않은 덕분에 더욱 건강한 팔 상태를 만들었다. 그래서 류현진의 지인들 중에는 그 팔로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더 던진 후 좋은 성적을 안고 한국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한화행을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화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젊고 재능 있는 투수들이 존재한다. 어린 후배들에게 류현진의 등장은 분명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류현진 합류가 한화의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젊은 투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곱씹어 보면 ‘몬스터의 귀환’은 그 자체로 대단한 화력을 내뿜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뛰었고, 수술과 재활로 2015시즌을 건너뛰었다.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올렸고,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2위를, 2020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3위에 올랐다.
2019년에는 ‘별들의 축제’인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돼 당시 저스틴 벌랜더와 선발 맞대결도 펼쳤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껴보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MLB에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 커리어를 달성했기 때문에 많은 미련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한화 구단과 최종 협상을 마무리 지은 류현진은 후배 장민재, 이태양과 영상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통화에서 류현진은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고 장난을 쳤다가 후배들이 너무 놀라자 “곧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나자”는 말로 한화행을 확인시켜줬다는 후문이다.
이태양은 한화에서 재회하는 류현진의 복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 1월 오키나와에서 (류)현진이 형이랑 같이 훈련할 때 이렇게 부탁했다. 만약 한화와 계약하면 나랑 (장)민재한테 제일 먼저 알려 달라고, 계약 내용을 뉴스로 접하면 서운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 나랑 민재와 셋이 영상통화를 할 때 순간 느낌이 왔다. 현진이 형이 “오키나와에서 보자”고 했을 때 정말 소름이 쫙 돋더라. 진짜 오는구나 싶은 생각에 말이다. 형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올 시즌 우리 같이 화이팅 하자고 말씀드렸다. 구단에서 공식 발표 나기 전까지 입단속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여기저기서 문자로 물어보기도 했는데 다 모른다고 답했다. 현진이 형의 합류로 선수단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 우리도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형 덕분에 진짜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캠프를 치른 한화 선수단은 21일 인천공항 도착 후 즉시 환승해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원래는 류현진이 인천공항에서 한화 선수들을 만나 함께 오키나와로 향할 계획이었다. 한화그룹 고위층의 최종 결재가 늦어지는 바람에 류현진은 23일 오키나와로 향한다. 류현진과 토론토에서 함께 한 장세홍 개인 트레이닝 코치도 한화에 합류하는데 장 코치는 이미 오키나와에 도착해서 류현진이 오길 기다리는 상황이다. 오키나와에서 ‘한화’ 류현진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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