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에는 8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 싸이의 세계 음악시장 석권을 응원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강남스타일’ 작곡가 유건형 ‘오랜 음악적 동지’
작곡가 유건형은 싸이와 음악적 동지로 통하는 인물이다. ‘강남스타일’을 싸이와 공동 작곡해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했다. 싸이와 유건형이 음악 작업을 함께 하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당시 발표한 싸이 4집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유건형은 타이틀곡 ‘연예인’을 작곡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인기 작곡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싸이의 음반에는 꾸준히 참여했고 5집 타이틀곡 ‘라잇 나우’도 작곡했다.
유건형은 90년대 2인조 인기 아이돌 그룹 언타이틀 출신이다. 당시 고교생 그룹이던 언타이틀은 데뷔곡 ‘책임져’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이후 ‘날개’ 등 히트곡을 더 만들었다. 고등학생이던 유건형은 언타이틀의 노래 대부분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실력으로 주목받았고 팀 해체 뒤에는 록밴드 앰프를 결성해 활동했다. 현재는 음반 프로듀서와 작곡에만 전념하는 상태. 서인영의 ‘신데렐라’, DJ DOC의 ‘난 이런 사람이야’ 등도 유건형이 작곡한 히트곡이다.
유건형은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의 6집에서 ‘뜨거운 안녕’을 뺀 모든 곡을 싸이와 함께 작업했을 정도. 유건형은 “‘강남스타일’이 유머를 담고 있지만 음악 트렌드는 맞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영국과 미국의 팝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팝 장르를 ‘강남스타일’에 접목한 것도 유건형이다. 이런 시도는 ‘강남스타일’이 세계 음악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원동력이 됐다.
▲ 최준필 기자 |
싸이는 2010년 10월 지금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YG)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군 제대 후 2년 동안 혼자 활동하던 그는 여러 ‘현실의 벽’을 느끼고 나서 YG의 문을 두드렸다. 그 즈음 발표한 싸이의 5집은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에 머물렀다. YG 프로듀서인 양현석은 그 때부터 싸이를 후방에서 지원했다.
5집 부진에 대한 부담을 갖고 시작한 6집 작업에서 싸이는 여러 번 고민에 빠졌고 이때 ‘자극제’ 역할을 제대로 한 사람이 바로 양현석이다. ‘강남스타일’을 출시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싸이는 양현석을 두고 “워낙 냉철해서, 나중에는 내가 악에 바쳐서 이 곡도 아니면 관두자고 말한 적이 있다”며 “내 나이대의 가수가 가져야 할 건 인지도가 아니라 ‘핫’한 힘인데 핫한 집단(YG)에 속해 있다 보니 시스템의 힘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현석은 노래 작업을 하며 고민하던 싸이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고 제안했다. 싸이의 데뷔곡이자 그의 개성이 가장 짙게 묻어난 노래인 ‘새’ 때의 감성을 찾아보자는 제의였다. 이런 과정 속에 ‘강남스타일’이 탄생했고 양현석은 이 곡의 편곡자로 참여하며 제 몫을 했다.
‘강남스타일’ 신드롬 덕분에 양현석은 국내 주식부자 서열이 급등했다. 2일 재벌닷컴 집계에 따르면 양현석이 보유한 YG의 주식 평가 순위는 130위에서 4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주식 평가액은 1월 2일보다 161.8% 오른 3402억 원. 올해 들어서만 2000억 원 이상 늘어난 데다 종전 연예인 출신 주식부자 1위였던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까지 제쳤다.
# ‘말춤’ 만든 춤꾼은 누구?
‘강남스타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말춤’. 발을 벌인 채 양 손으로 말 타는 시늉을 하는 이 동작은 80년대 말 클럽에서 유행했던 춤이다. 안무팀 ‘매니아’의 이주선 단장은 ‘강남스타일’을 수백 번 반복해 들은 뒤 오래전 유행한 말춤을 기억해 냈고 노래 분위기에 맞춰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했다. 이주선 단장은 싸이와 2004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오랫동안 쌓은 신뢰 덕분에 싸이의 개성을 표현해낼 효과적인 방법도 빨리 찾은 셈이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킬 수 있던 데는 말춤의 영향도 상당하다. 한국어로 된 노래인데도 외국인들이 쉽게 흉내 내면서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고 ‘떼’로 모여 플래시몹을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말춤을 향한 호기심 덕분이다.
▲ 박은숙 기자 |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출시하고 불과 한 달 반이 지난 9월 4일 미국의 대형 음반사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음반 판권 및 매니지먼트 관련 계약으로 꽤나 파격적이다. 이 음반사에는 인기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록밴드 본 조비를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 리아나, 제이 지 등 유명 가수들이 소속돼 있다.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를 이끄는 대표 스쿠터 브라운은 세계 음악시장을 움직이는 실력파 기획자다. 싸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그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단독 콘서트를 팬들에게 먼저 알려 당사자인 싸이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싸이가 미국에 가자마자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참석을 시작으로 NBC <엘렌 드제러너스 쇼> <투데이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ABC <나이트라인> <굿모닝아메리카>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빠르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던 이유도 스쿠터 브라운의 힘이다.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의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계약을 맺을 당시 그는 싸이에게 ‘너의 노래를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한국어 노래를 그대로 갖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겠다는 파격 제안이다. 모든 가수가 꿈꾸는 이 제안을 싸이도 마다하지 않았고 결국 꿈을 이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