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뉴시스 |
# ‘5년 인연’ SK텔레콤의 결별선언, 왜?
▲ 2008년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 박태환. |
그 사이 박태환은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 예선 탈락의 뼈아픈 시련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의 짜릿한 쾌거로 털어냈다. 외롭고 혹독한 해외 전훈 속에 박태환과 전담팀은 가족처럼 진한 정을 쌓았다.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200, 400m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런던올림픽 실격과 실격 번복 과정에서 전담팀이 보여준 노력은 헌신적이었다. 함께 울고 웃었다. 서로의 눈빛을 믿으며 위기를 견뎌냈다.
그로 인해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지만, 박태환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뜻했다. 귀국 후 각종 행사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했다. 아마추어 선수 후원에 있어 대기업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직후 냉정한 기업의 논리가 작용했다. SK텔레콤 스포츠단은 현 시점에서 박태환의 기량이 ‘정점’이라고 판단했다. 손익 계산에 따른 대기업의 재계약 포기를 비난할 명분은 없다. 지난 5년간 서로 최선을 다했다. 박태환은 SK 전담팀과의 ‘5년 인연’을 뒤로한 채 새로운 출발대에 서게 됐다.
# 박태환의 미래가치는?
몇몇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5일 현재 구체적인 이야기는 흘러나온 것이 없다. 물밑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박태환이 퇴소하는 11월 초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태환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얼마나 평가하느냐의 문제다.
박태환의 마케팅적 가치는 향후 경기력 및 성적, 국민적인 관심, 인기도 등으로 평가된다. 박태환은 2년 후 국내에서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 8월 인터뷰에서 “수영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공부를 하더라도 수영은 평생 계속할 것이다. 수영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 없다”라는 말로 의지를 표했다. 4일 입소 직전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 나간다, 안 나간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다. 다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참가할 경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또렷이 밝혔다.
한국 나이로 24세인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때 26세가 된다. 쑨양 등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성적과 흥행에 있어 박태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28세에 상하이세계선수권 5관왕에 오르며 수영 인생을 활짝 꽃피운 라이언 록티(미국)의 예에서 보듯 혹독한 자기관리만 뒤따른다면 아시안게임 3연패도 가능하다.
런던올림픽 이후 박태환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수영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인간미를 지닌 불굴의 캐릭터’로 각인되면서 팬들의 사랑은 더욱 커졌다. 후원사와 계약할 경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2년 후원안이 유력하다. 1년에 15억 원 이상 들어가는 전지훈련 비용, 전담팀 구성 및 운영, 비용에 대한 절충이 관건이다.
▲ SK텔레콤 광고 모델 활동 모습. |
박태환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성적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할 수 있다.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16세의 나이에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박태환은 승승장구했다. 3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도하아시안게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3관왕에 올랐다. 19세의 나이에 이미 ‘수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0대에 모든 꿈을 이룬, 한국 최초, 유일의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의 가치는 단순한 기록이나 수치, 메달 개수를 넘어선다.
문제는 ‘스타’ 그 이후다. 박태환은 ‘스포츠 스타’에서 ‘스포츠 영웅’으로 도약하는 기로에 섰다. ‘불세출의 선수’ 박태환을 후원하는 일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스포츠 영웅’을 만들고, 지켜내려는 국가적인 노력, 사회적 소명과도 맞닿아 있다. ‘공부하는 톱클래스 선수’를 키워내는 일 역시 의미 있다. 20년 가까이 물살만 갈라온 박태환은 이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길 원한다. 박태환의 발걸음은 후배들에게도 꿈이 되고, 길이 된다. 교수, 스포츠 외교관 등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일을 사회적인 시스템을 통해 응원하는 일은 산술적인 가치를 넘어선다.
지난달 발간된 박태환의 자서전 제목은 ‘프리스타일 히어로’(중앙북스)다. ‘히어로’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유명한 카피처럼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Heroes aren’t born. They’re built)’이다.
전영지 스포츠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