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영화 <부러진 화살>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정지영 감독이 80년대 당시 고문의 현실을 담은 영화 <남영동1985>로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
영화 <남영동1985>는 고 김근태 고문의 22일간의 고문 상황을 묘사한 작품으로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고 김근태 민주당 고문의 삶 보다 그가 겪은 ‘고문’ 그 자체만을 기록해 어두운 역사의 현실을 마주보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까닭에 영화는 실존 인물 고 김 고문 대신 김종태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때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회장이었던 김종태(박원상 분)는 가족과 함께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에 영문도 모르고 형사들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곳은 독재 정부에 저항했던 이들을 ‘빨갱이’로 둔갑시키는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다.
그 후 그는 자신을 간첩이라 인정하며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북한의 배후로 팔아야만 살아나올 수 있는 비참한 현실과 마주한다. 대공분실 복도는 고문 받는 자들의 비명으로 넘쳐나고 김종태는 22일 동안 공포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김종태의 고문을 담당한 박 전무(명계남 분), 강 과장(김의성 분), 백 계장(서동수 분), 김 계장(이천희 분), 이 계장(김중기 분) 일당은 ‘칠성판’이라 불리는 고문대 위에 올리고 물고문을 시작한다. 그래도 김종태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자 고문전문가인 이두한의 잔인한 고문이 진행된다.
무자비한 폭행과 물고문을 한 박전무 일행과는 달리 이두한(이경영 분)은 상대의 몸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극한의 고통을 주는 기술을 사용한다. 코에 강한 물을 집어넣어 기절시키는가 하면 김종태를 전기고문으로 하혈하게 만드는 등 소름 돋는 방법을 동원한다.
<남영동1985>는 국가 권력 앞에서 짓밟히는 인권유린 현장을 보여주며 과연 용서가 인간의 몫인지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부러진 화살>이후 정지영 감독이 겨냥한 독재정권에 대한 화살은 개봉 후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