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략기획실 정보라인의 핵심은 장충기 부사장과 상영조 상무다. 장충기 부사장과 상영조 상무는 옛 구조본 조직에서 재무팀과 양대산맥이었던 기획팀 출신이다. 반면 이학수 부회장과 그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인주 사장은 재무팀 출신이다. 삼성자동차 사업 실패 이후 이를 주도했던 기획팀 책임자가 물러나면서 삼성 구조본은 사실상 재무팀 원톱 체제로 개편됐다. 삼성이 미래를 위해 신수종 사업을 계획한다는 류의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획팀의 몰락이 ‘이학수 2인자’ 체제의 확립에 기여한 셈이다.
이 부회장과 달리 기획팀 출신이지만 장 부사장과 상 상무는 나름대로 이 부회장과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다. 이학수 부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며 장충기 부사장은 부산고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부산이 성장배경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장충기 부사장은 그룹 회장 비서실 시절부터 지난 1998년 비서실이 구조본으로 재편된 이후 변함없이 이학수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왔다. 삼성 정보라인 실무전선의 투톱으로 거론되는 장충기 부사장과 상영조 상무는 삼성물산 선후배 사이다.
옛 구조본 시절부터 이학수 부회장의 그룹 내 주요인맥 장악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해 9월 이건희 회장이 도피성 논란 속에 출국하면서 5개월간 그룹을 비운 사이 삼성 정보조직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직접 관장하게 된 것으로 업계 인사들 사이에서 각인된 상태다. 이학수 부회장은 이 회장에게 팩스를 통해 수시로 정보보고를 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선 전화통화나 미국 현지에 날아가 직접 면담을 통해 구두로 보고했다고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은 국내 사정 파악을 위해 이학수 부회장의 정보력에 의지했던 셈이다.
삼성의 주요 정보보고 체계는 일선정보라인→장충기→이학수→이건희 순서로 이뤄진다. 이학수 부회장을 거친 정보 중 일부는 이재용 상무에게로도 간다고 전해진다. 총수일가로 전해지는 주요정보의 길목에 이 부회장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삼성 내부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해외체류 당시 이 회장이 이학수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에 대한 운을 띄웠다가 이 부회장이 간곡하게 요청하는 바람에 뜻을 접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고 전한다. 삼성 내 정보라인을 장악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