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문제를 일으켰다고 포기하면, 교육하는 자세가 아냐”
조 교육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선홍 감독이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공개했다. 이강인 선수가 포함됐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2연전을 통해 다시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이강인 선수의 태도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강인 선수에 대해 ‘인성이 단체 경기에 부적합하다’며 선발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황선홍 감독의 결정이 국민에게 지난 아시안컵의 갈등이 화해로 마무리된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황선홍 감독의 선발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천사들이 모인 공동체에서도 갈등과 다툼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고 없음이 아니다. 갈등과 다툼을 어떻게 풀어 화해하는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두 선수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마당에, 그 상처를 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아가 황선홍 감독이 화해와 포용에 바탕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의 내면에 있는 좋은 속성을 제대로 싹 틔우고, 나쁜 속성을 성찰하여 제어하도록 하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 하여 포기한다면, 교육하는 자세가 아니다. 인간의 인성이 고정돼 있다고 믿는다면, 교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조 교육감은 “이강인 선수도 아시안컵 당시의 갈등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숙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다툼이 있을 때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가해 사실을 무작정 덮어두자는 취지도 아니다. 우리 역사에선 가해자의 적반하장 행태가 횡행했던 사례가 많이 있지만 자라나는 세대는 다른 역사를 쓰며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시비비는 제대로 가리되, 반성과 용서, 그리고 우정의 선순환 역시 강화해야 한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용서하여 화해하고, 보다 우정 어린 관계로 나아가는 경험이 쌓일 때, 우리 교육공동체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학생들은 입장이 다른 상대와 치열하게 갈등하면서, 또 화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익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자라서 만들어 갈 대한민국은 민주와 공화의 가치가 모두 실현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축구를 계기로 우리 미래 세대들이 만들어 갈 한국 교육과 한국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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