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새로 양강구도 속 고전…태양광·캐릭터 사업 진행과 수도권 마케팅 강화 등 나서
소주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안정적인 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2022년도 주류 산업 정보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86만 154㎘(킬로리터)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틸알코올)을 물에 희석한 뒤 감미료를 첨가해 만드는 술로,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참이슬·진로·새로·한라산·대선 등 제품이 이에 속한다.
주목할 것은 일부 대형사에 쏠린 시장구도다. 현재 국내 소주 제조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두 대형사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T에 따르면 참이슬·진로를 보유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61.32%, 처음처럼·새로가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15.12%로,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76.44%다.
이에 밀린 전국 지역소주 업체들의 매출은 대부분 하락세다. 주요 지역소주 업체로는 △충북 시원한청풍(충북소주) △충남·대전 이제우린(선양소주) △대구·경북 맛있는참(금복주) △경남 좋은데이(무학) △광주·전남 잎새주(보해양조) △부산 대선(대선주조) △제주 한라산(한라산) 등이 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롯데칠성음료 새로는 강원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충북소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152억 8756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억 1866억 원을 기록했다. 한라산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4% 하락했고 2억 8991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선양소주도 지난해 매출액 5% 감소, 영업손실액 6억 3062만 원을 기록했다. 금복주는 지난해 영업이익(2억 7774만 원)이 전년 대비 95.7%나 감소했다. 대선주조 역시 43.7%의 영업이익(56억 4819만 원) 감소율을 보였다.
지역소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조한 관심은 각종 온라인 포스팅 건수 통계에서 드러난다. 지난 1월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주요 희석식 소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포스팅 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6만 3456건,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4만 3630건을 기록했다. 그 뒤로 △한라산(9251) △맛있는참(6872건) △대선(4998건) △선양(3909건) △잎새주(2555건) 등 지역소주가 이었지만 1만 건을 넘지 못하며 큰 격차를 보였다.
정책적 보호막이 없다보니 지역소주업체들은 시장경쟁의 찬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 전국의 시∙도별로 1개 업체만 소주를 생산하고 이 중 50%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한 ‘자도주 의무구매제도’가 1996년 폐지됐다. 한 지역소주업체 관계자는 “대형 주류사의 마케팅과 영업 능력에 밀리면서 지역소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점유율이 높지 않다 보니 투자 받기도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주류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지역소주의 수도권 공략 실패 등으로 지역소주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업체들은 기존 주류사업과 거리가 먼 새로운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무학은 지난해 11월 8일 임시주주총회을 통해 ‘태양광 발전 및 전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무학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8%로, 2014년 14%에서 6%포인트 떨어졌다. 금복주는 2021년 말부터 맛있는참의 이미지를 딴 캐릭터 ‘아이참’을 만들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선주조는 ‘부산돼국라면’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 ‘테이스티키친’과 손잡고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기 위해 협업을 실시하고 있다.
본업인 주류 영역에서는 주소비층인 ‘수도권’ ‘2030세대’를 조준한 마케팅 강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해 맥키스컴퍼니에서 사명을 변경한 선양소주는 지난해에 이어 이달 서울 성수동에 ‘선양카지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카지노 분위기로 꾸며진 공간에서 각종 게임을 즐기며 자사의 주류 제품을 즐길 수 있게 한 브랜드 홍보 공간이다. 지난 24일 성수동 GS25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에 오픈한 이 팝업스토어는 하루 50팀으로 한정한 사전예약이 빠르게 마감됐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2030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트렌드 변화를 이끄는 이들 세대의 눈에 들지 못하면 대형 주류사를 긴장시킬 정도로 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색’ 탈피 등 확고한 변화를 주문한다. 대형 주류사 양강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지역소주 업체들이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주시장의 다양성을 지켜 소비자들에게 제품 폭을 넓히고, 각 사가 경쟁하며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며 “지역소주 업체들은 지역색을 고집하지 말고 최근 트렌드에 걸맞은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한 향미나 콘셉트를 넣은 제품들로 트렌드를 주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명욱 주류칼럼니스트는 “(주류 소비 방식이) 단체회식 문화에서 ‘홈술’이나 ‘혼술’, 소모임 문화 등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최신 트렌드를 곧바로 반영하지 않으면 지역소주가 (소비시장에서)자리하기 힘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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