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구 감소 대책이라고 보기 힘들다”…여소야대 정국 야당 동의 난관 예상
#대책 발표 이후 상승 거래 ‘0곳’
정부가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에 있는 공시가격 4억 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 더 취득할 경우 2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 간주해 양도소득세·재산세 등 세 부담을 큰 폭으로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4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세컨드홈’ 세제 특례 대상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세제 특례가 적용되는 인구 감소 지역은 전국 83곳이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89개 인구 감소 지역 중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경기 가평군 등 6곳이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 1월 4일 이후 주택을 취득한 경우까지 이 정책을 소급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기대는 현재까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일요신문이 4월 15일 정부 발표 이후 24일까지 10일간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3곳에서 있었던 아파트 거래 29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승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 거래도 27건에 불과했다. 대책 발표 이후 전북의 인구 감소 지역 10곳을 포함해 대구 군위군이나 인천 옹진군 등 아예 아파트 거래가 없었던 곳도 25곳에 육박했다.
향후 인구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은 0.65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2013년 43만 6500만 명이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으로 줄었다. 100년 안에 전국 읍·면·동 3666곳 중에서는 123곳이 소멸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핀트를 완전히 잘못 잡은 것 같다. 서울이 가장 출생률이 낮은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가격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라며 “집값을 어떻게든 낮춰야 청년들이 결혼하고 미래를 꿈꿀 텐데 주택 경기 부양을 통해 인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봤자 아무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 대책은 맞나
세제 혜택만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늘어나고 향후 자산가치가 오를 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금 깎아준다고 해서 인구소멸지역에 주택을 사고 싶은 구매 욕구가 생길 것 같지가 않다”며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생활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세종시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이주해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영 소장은 “인구가 늘어야 인구 대책인 건데 목적을 수도권 주민들더러 지방에 서브하우스를 사라고 장려한다고 해서 지방의 정주인구가 늘어나겠나”라며 “세 부담 완화는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대책을 명분으로 삼아서 지방 부동산 투자를 장려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으로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대책으로 일부 지역에서 4억 원 미만 주택들의 집값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일부 교통이 좋은 지역 등에 한해 정부 대책에 힘입어 집값이 오를 수 있고 그럼 지역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나 세입자들한테는 마이너스다. 오히려 지역을 더 초토화시키는 정책이 될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주호 팀장은 “정부가 강남이나 1기 신도시 주변 재개발·재건축 규제나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역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이 양립 가능할 수가 없다”며 “수도권으로 계속 인구가 유입되는 이유는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쪽 집값 오르는 속도가 훨씬 가팔라 자산을 축적하기 쉽기 때문이다. 서울은 더 집값이 오르지 않도록 억제해야 하는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인구가 소멸하는 지역으로 내려가라 하면 누가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은 모두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9일 2035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계획)’을 폐기하기로 했다. 재산세 부담이 61%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중과세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신축단지 실거주 의무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세컨드홈 정책도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당장 국회 문턱을 넘기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설득하지 않으면 정책 추진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발표한 세컨드홈 세제 특례가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야 한다. 부동산공시법·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폐기, 소득세법·지방세법·종부세법 개정이 필요한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도 모두 야당이 부자감세와 ‘갭투기’를 조장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정부가 4월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6월에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런데 부자감세의 성격이 있는 이 정책을 거대 야당이 동의할지가 가장 큰 변수”라며 “애초에 고령화·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단순히 세제혜택을 통해 도시민의 유입을 추진하는 정책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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