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재정난 확인돼…‘최우수’라며 추천한 컨설팅 업체에도 책임론
맞춤예복 업체 S 사는 "회사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10월 11일 본점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며 이날 오전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일 폐업 통보를 한 셈이다. S 사는 문자메시지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전화나 문자 응대는 불가능하니 양해 부탁드린다"며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혼식이 임박한 예비부부들은 혼란에 빠졌다.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 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10월 11일 "예복을 픽업하러 가는 중 문자를 받았다. 결혼식이 일주일 남았는데 어쩌라는 거냐"며 "환불이 문제가 아니라 입을 예복이 없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들 댓글이 달렸다. "10월 14일 결혼식인데 아직 옷을 못 받았다. 너무 당황스럽다" "지난 주말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맞춤예복 제작 안 됐다고 촬영 당일 연락받아서 예복을 대여받았다. 폐업 때문에 맞춤예복 제작이 안 된 건가 혼란스럽다" 등이었다.
10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S 사 본점은 굳게 닫혀 있었다. S 업체 본점 앞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이번 주 연락해서 10월 13일 방문 일정을 잡았다"며 "예약을 잡아놓고 며칠 만에 잠수를 탔다"고 꼬집었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클레임이 많이 들어와서 지난 1월 S 사 제휴를 종료했다. 옷이 별로라는 불만은 물론 예약이 누락되는 일도 있었다"며 "제휴 종료 전 S 사와 계약한 고객이 있어서 찾아왔다. 오전 11시 도착했을 때도 문이 닫혀 있었다"고 밝혔다.
S 사 직원들은 폐업 통보 직전인 10월 11일 오전 마지막으로 모습이 포착됐다. S 사 본점 인근 의류업체 관계자는 "10월 11일 오전 S 사 사람들이 찾아와 급한 건이라며 옷 수선을 맡겼다. 일이 많아 다른 곳에 수선을 다시 맡겼다. 우리가 돈을 다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S 사 직원과 대표 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S 사 대표는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네이버 지도에서 S 사 본점 정보가 사라지기도 했다. S 사 고객들에게 10월 11일 오후 다시 발송된 문자메시지엔 "본점으로 찾아오지 말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본점 앞에 있던 앞서의 피해자는 "본점 앞에 사람들이 있는 걸 CC(폐쇄회로)TV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를 우롱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S 사 본점을 찾은 사람은 피해를 본 예비부부뿐만이 아니었다.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발길이 계속됐다. 한 퀵서비스 배달기사는 "어제 배달한 요금을 못 받았다"며 "S 사에 전화를 80통 넘게 했는데 안 받는다"고 말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S 사에서 결제대금 지급을 계속 미뤄서 거래를 끊은 지 한참 됐다. 아직도 돈을 못 받았다"며 "우리야 그렇다 쳐도 결혼 앞둔 부부들 두고 잠적한 건 너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S 사는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전력이 확인됐다. A 씨는 S 사를 상대로 2023년 1월 물품대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S 사는 A 씨에게 343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비용은 S 사가 부담하라"고 2023년 4월 판결했다.
S 사는 본점 임대료도 여러 달 밀렸다. 이에 따라 건물주로부터 퇴거 요청까지 받았다. S 사 본점 건물 관리인은 "S 사는 임대료를 많이 밀렸다.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깎다가 보증금마저 다 깎였다"며 "원래 10월 7일 이사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10월 11일 오전 10시쯤 연락 와서 오후 2시에 짐을 뺀다고 해놓고 연락두절"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S 사 본점은 몇 달 전 이미 임대 매물로 올라온 상태였다. 지난 3월 한 공인중개사는 블로그에 S 사 본점 건물을 임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임대보증금 3억 5000만 원, 월 임대료 2700만 원이며 3월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웨딩업계가 전반적으로 그랬듯 S 사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본점을 확장 이전하면서 자금 사정이 더 나빠졌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S 사는 2022년 본점을 현재 위치로 옮겼다.
2016년 8월 법인을 설립한 S 사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정장을 협찬해 유명해졌다. S 사 매출은 2017년 10억 원에서 2018년 34억 원, 2019년 60억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매출은 2020년 38억 원, 2021년 28억 원으로 줄었다.
S 사는 직원 임금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S 사 직원 B 씨는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법원은 "S 사는 B 씨에게 1026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비용은 S 사가 부담하라"고 지난 9월 26일 판결했다. B 씨는 지난 6월 소송을 제기했다. S 사는 소장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무변론 판결이 이뤄졌다.
나이스평가정보의 S 사 신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 사는 지난 8월 3일 신용등급이 '부실'로 지정됐다. 사유는 채무불이행 상태(금융기관 90일 이상 연체), 세금 체납(국세 지방세 과태료 등) 이력 존재, 기타금융불량 이력 존재 등이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연체 및 연체에 준하는 신용사건이 발생해 채무불이행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기업에 '부실' 등급으로 경보를 내린다.
S 사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엔 10월 18일 오전 700여 명이 참여 중이다. 피해자들은 잇따라 S 사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S 사를 소개한 웨딩컨설팅 업체도 사기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S 사 재정이 불안하다는 소문이 웨딩업계에선 파다했는데도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S 사를 최우수업체라고 추천해 계약한 피해자도 다수였다.
일요신문은 S 사 대표에게 10월 11일부터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10월 18일 오후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S 사를 최우수업체로 추천한 웨딩컨설팅 업체는 "이번 사태에 대한 문의는 이메일로만 받고 있다. 순차적으로 답변 중"이라고 10월 16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답했다. 해당 업체는 10월 18일 오전까지 이메일 문의에 답하지 않았다. S사 피해자 오픈채팅방에서 10월 18일 오전까지 S 사로부터 환불받았다고 밝힌 피해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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