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지시역-중개역-실행역 시신 훼손…딸의 내연남 뒤늦게 체포, 살인범 아직 특정 못해
4월 16일 이른 아침, 도쿄에서 약 150km 떨어진 도치기현의 나스마치 강변에서 불에 탄 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에 의하면 피해자는 다카라시마 류타로(55)와 그의 아내 사치코(56)로, 두 사람은 도쿄 우에노 번화가에서 음식점 10여 곳을 운영해온 자산가로 전해진다. 사인은 질식사인데, 아내 사치코의 경우 두부 골절 흔적도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니라, 다층의 하청 구조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를테면 의뢰인, 지시역, 중개역, 실행역 4단계로 나뉜다는 것. 먼저 의뢰인으로부터 1500만 엔(약 1억 3200만 원)을 받은 지시역이 수수료에 해당하는 100만 엔(약 880만 원)을 제외하고 중개역에게 전달한다. 이후 중개역이 수수료 900만 엔(약 79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실행역에게 전달하는 수법이다.
조사 결과 사사키 히카루 용의자(28)가 지시역을, 히라야마 료켄 용의자(25)가 중개역, 그리고 전 아역배우 와카야마 기라토와 한국 국적의 강광기 용의자가 실행역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4명은 모두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수사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등장인물이 뒤엉킨 살인사건은 드물다”며 “더 나아가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의하면 “피해자 부부는 도쿄 시내의 빈집에서 폭행당한 뒤 차에 실려 도치기현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에서는 피해자의 피가 발견됐다. 다만, 부부가 옮겨질 때 생존해 있었는지 등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시신을 차량으로 옮겨 훼손한 혐의를 받는 강광기 용의자 등은 “부부를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NHK는 “용의자 4명이 모두 사망한 50대 부부와 모르는 사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중개자 히라야마와 일을 하달받은 와카야마, 강광기는 불과 4개월 전 도쿄 시부야의 한 음식점에서 알게 된 사이로, 서로 실명조차 몰랐다”고 한다.
용의자들의 진술 내용을 보면 의문이 가는 점도 여럿이다. 우선 의뢰인과 가장 가까운 지시역의 사사키는 “만난 적 없는 인물로부터 발신자표시 제한 전화가 와서 시신 처리를 부탁받았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그런 수상한 의뢰를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경찰은 사사키 용의자가 의뢰인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혹은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본다.
히라야마는 보수로 받은 900만 엔을 쓸 틈도 없이 사건 다음날인 4월 17일 경찰에 붙잡혔다. 와카야마와 강광기는 도주했지만, 수사 당국이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용의자로 특정한 뒤 행방을 추적해왔다. 4월 30일 붙잡힌 두 사람은 각각 “보수로 받은 250만 엔(약 2200만 원)을 대부분 써버렸다”고 털어놨다. 수천만 원에 눈이 멀어 시신을 훼손하고, 결국 자신의 인생도 망치게 된 셈이다.
특히 와카야마는 2014년 NHK 드라마 ‘군사 칸베에’ ‘가면라이더 위저드’와 같은 유명 작품에 출연했던 터라 열도의 충격은 컸다. 일본 네티즌들은 “귀여웠던 아역배우가 어쩌다 흉악범이 된 것이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용의자 4명은 “지시를 받고 시신을 처리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실행역이 빈집 안에서 부부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럴 경우 시신 처리가 아니라 살해 의뢰가 된다.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지 3주째인 5월 6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경찰은 “숨진 부부의 지인이었던 부동산업 종사자 마에다 료(36)와 피해자 부부 딸의 내연남 세키네 세이하(32)를 시신 훼손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총 6명이다.
사건 발생 전날인 4월 15일 저녁, 도쿄 우에노에서 피해자 부부와 마에다 용의자가 걷는 모습이 CCTV 영상에 찍혔다. 밤 11시 반경에는 세키네 용의자를 포함해 4명이 함께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부부가 폭행당한 것으로 보이는 빈집으로 4명이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세키네 용의자는 숨진 부부가 운영하던 식당의 매니저를 맡고 있었다”고 한다. 사사키 용의자에게 시신 처리를 의뢰한 것도 세키네로 확인됐다. 경찰은 세키네가 사건을 주도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숨진 부부의 이웃 주민은 “세키네가 인근에 나타난 것은 2~3년 전의 일로, 피해자 부부의 딸과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외모가 불량스러웠고 목부터 팔 전체에 문신이 새겨져 있어 그걸 가리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팔만 입었다”는 후문이다. 이웃 주민은 “장모가 되는 사치코 씨가 교제를 격렬히 반대했으며 툭하면 사람들 앞에서 세키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형사 출신 범죄 저널리스트 오가와 다이헤이는 피해자 부부와 세키네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원한과 금전 관계 둘 다 의심된다”고 했다. “피해자 부부가 사망하면 10여 개의 식당과 엄청난 금액을 상속받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은 모두 시신 훼손 혐의이며, 살인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가와 저널리스트는 “살해 실행범이 여럿일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가령 “시신을 옮긴 와카야마와 강광기 용의자는 부부가 숨진 뒤 현장에 불려갔는지, 아니면 살해에도 가담했는지, 또 마에다 용의자는 빈집에 안내만 하고 빠져나왔는지, 아니면 같이 범행에 가담한 것인지 등등 6명 용의자 전원을 따로 심문 대조하는 조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부를 살해한 이는 과연 누구일까,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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