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결혼 유무·범죄 기록·학력 등 확인 가능…오프라인 행사 통해 이성교제 어려움 겪는 청년 도와
5월 20일 친칭롄은 온종일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18일부터 20일까지 저장성의 작은 섬 화오도에선 친칭롄을 통해 만난 11쌍 커플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들은 결혼식 후 2박 3일간 해변에서의 영화관람 등 신혼여행을 즐겼다. 이 비용은 모두 저장성이 부담했다. 이날 결혼한 왕펑과 주리팅은 “여행과 합동결혼식이라는 이벤트에 크게 만족한다”고 했다.
저장성 관계자는 “요즘 청년들은 많은 돈을 주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전통 혼례를 선호하지 않는다. 비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청년들이 어떤 결혼 문화를 좋아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합동결혼식”이라고 했다.
2016년 저장성은 청년들을 상대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취업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한 답이 있었다. 바로 이성교제였다. 저장성은 청년들이 결혼과 연애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동시에 절실하게 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저장성은 2017년 ‘친칭롄’ 앱을 출시했다. 친칭롄은 저장성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저장성 관계자는 “갈수록 결혼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에게 이성을 소개해주기 위한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라고 설명했다.
친칭롄은 사설 소개팅 업체와는 달리 민사, 공안, 교육, 사법 등의 정부 부처 데이트와 연결돼 있다. 등록자의 결혼 유무, 학력, 사회 보장, 범죄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안전하게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는 등록 정보를 제출한 후 저장성의 심사를 거쳐 인증회원이 되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초반엔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청년들은 정부가 운영한다는 이유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과도한 개인 정보를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하지만 사설 소개팅 앱으로 인한 부작용과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런 부분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보증해주니 안전한 만남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90년생의 쉬메이팡은 “친칭롄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소개팅 앱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정부가 운영하다 보니 믿을 수 있었고, 첫 장소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친칭롄’의 가입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친칭롄 가입자는 5월 20일 기준 48만 명가량이다. 나이별로는 1990년대 생이 62%, 2000년대 생이 21%를 차지한다.
저장성 측이 친칭롄 앱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심리적 부담을 덜고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였다. 저장성 관계자는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그들은 ‘위챗’으로 소통하는 게 익숙한 세대”라고 했다.
저장성은 친구 사귀기의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다양한 상호작용, 공통된 취미 등 원하는 활동을 선택한 뒤 ‘짝’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방탈출 게임, 독서회 등이었다. 저장성 관계자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행사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청년들을 밖으로 끌어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저장성은 친칭롄 앱을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1560회 행사를 열었다. 하루 평균 4회가 넘는 수다. 150만 명가량이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장성 관계자는 “짝을 찾는 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주려고 했고, 행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귀띔했다.
‘친칭롄’의 또 다른 장점은 재미 외에도 결혼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몇 년간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이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났고,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많다.
저장성은 심리상담 및 웨딩 전문가 10여 명을 ‘멘토단’으로 꾸렸다. 청년들은 이들과 온라인 및 대면으로 상담을 할 수 있다. 저장성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청년들의 정서적 혼란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 새로운 형태의 결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멘토는 “인터넷 등을 통해 부정적 얘기들을 많이 접하면서 사랑과 결혼을 비관적으로 보는 청년들이 많다”면서 “결혼은 정해진 답이 없다. 긍정적이면서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당국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잘 관리하고, 청년들이 용감하게 나와 친구를 사귀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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