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소식통 “북한 지도부 수준 보여주는 도발”…육로 통한 전면전 가능성 희박, 통일 계획 사실상 폐기
5월 2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국 200곳 이상에서 북한이 띄운 오물 풍선들이 발견됐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담화문에 따르면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번 도발과 관련해 “우리 인민 표현의 자유”라면서 “성의의 선물로 여기고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남측에서 대북전단을 보낼 때 언급한 ‘표현의 자유’라는 키워드를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합참이 오물 풍선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김여정은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라면서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했다.
김여정은 “(그간 대북전단을 통해) 우리 인민을 심히 우롱 모독한 한국 것들은 당할 만큼 당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얼마나 기분 더럽고 피곤한가를 체험하게 된다면 국경지역에서 살포 놀음을 놓고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감히 쉽게 입에 올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 도발도 예고했다. 김여정은 “우리는 앞으로 한국 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 십 배로 건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북한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도발이라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첫째로 북한 지도부 머릿속에서 나온 도발이 ‘오물’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한다. 지도부의 생각이 닿는 지점이 거기까지라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다음으론 과거 북한이 주로 사용했던 선전 선동 전략이 21세기 현 시대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현실을 북한 지도부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지금 보낼 수 있는 게 ‘똥’밖에 없으며, 북한의 현재 상황도 ‘똥’이라는 걸 자인한 도발로 볼 수 있다.”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통일을 포기하는 기조를 선택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군사분계선 전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6·25 전쟁부터 인민해방전선에서 공격군으로 활동했던 인민군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셈”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뢰를 매설하는 데엔 상당한 공력이 든다. 지뢰는 주요 장애물로 수비 전략 일환이다. 나중에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다고 치면 이 지뢰를 다 치워야 한다. 지뢰를 치우는 움직임 역시 모두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치울 일이 생길 거면 지뢰를 매설하지 않는다. 그러면 지뢰를 왜 매설했을까. 우리끼리 잘 살 테니까 올라오지 말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북한도 남쪽으로 내려오기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1950년부터 ‘공격군’을 표방해 온 인민군이 2024년 들어서 공격을 포기하고 농성으로 기조를 전환한 셈이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통일에 대한 계획을 사실상 전면 폐기하는 수순에 돌입한 북한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건 남측에서 걸어오는 심리전”이라면서 “북한 국경을 봉쇄하고 ‘우리 민족끼리’가 아니라 ‘우리끼리’로 기조를 바꿔가고 있는데, 심리전 국면이 펼쳐지면 북한 내부 동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것 자체의 메시지를 파악해보면, ‘이제 우리는 통일도 안 할 거니까, 우리를 더 이상 신경 쓰이게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전격적인 지뢰 매설을 계기로 육로를 통한 전면전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고 보인다. 미사일 시험발사라든지, 통신 교란, 해킹 등 원격 도발은 지속되겠지만 전면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북한도 하다하다 할 수 있는 것이 ‘오물 풍선’ 날려 보내는 것인데, 북한 지도부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 수준이 이 정도까지 추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북쪽뿐 아니라, 밀수 및 탈북 루트로 활용되던 북중 접경지역에도 지뢰 매설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안 그래도 폐쇄적이던 북한의 폐쇄성을 극한으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대북전단 살포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남쪽에서 대북전단을 보낼 때는 통상적으로 달러 등 현찰 지폐나 간식거리를 전단과 함께 보냈다”면서 “그런데 북한은 오물을 넣어 전단을 보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삐라를 보내는 목적 자체가 정보 제공을 통한 체제 선전인데, 북한은 체제 선전용 도구에 오물을 넣어 보낸 셈”이라면서 “이번 북한 ‘오물 풍선’은 체제 선전은 완전히 포기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체제 선전, 이런 것 필요 없으니 오물을 보내며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는 ‘심통 부리기’ 일환 도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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