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신뢰성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우려 커…관련주 첫날 폭등 후 재빨리 차익 챙기기 양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동해 가스전 주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미국 기술평가기업 액트지오(Act-Geo)의 탐사심층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기관과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으며 심해 광구로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 배럴)보다 더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기준 우리나라가 천연가스는 29년, 석유는 4년간 자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 대성에너지, 한국석유, 흥구석유, 한국ANKOR유전 등의 주가가 폭등했다.
그런데 6월 4일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가 반락한다. 5일 대성에너지, 흥구석유, 한국ANKOR유전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은 종목에서도 외국인 순매도는 뚜렷했다. 얼마 전 초전도체 테마처럼 시장에서는 시추에 성공할지,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가질지 아직 판단이 어려우니 일단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면 재빨리 차익을 챙기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대 140억 배럴로 밝혔지만 최소로는 35억 배럴이다. 정부는 연말께 첫 시추에 나서면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은 20%다. 심해 유전개발 치고는 꽤 높은 확률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5번 시도해 한 번 성공할 가능성이다. 한 번 시추에 드는 비용만 1000억 원 이상이다.
심해 유전이 아닌 동해 가스전은 1998년 11번째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동해 가스전 투자금액은 1조 2000억 원, 회수액은 2조 6000억 원이다. 심해 유전은 탐사는 물론 생산비도 더 많이 든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야 수익성이 확보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70달러선에서 안정적인 모습이다. 천연가스 가격도 마찬가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나서며 유가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 생산원가가 낮아지면서 공급부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심해 유전이 경제성을 갖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시추에 성공해도 생산까지는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동해 심해 유전 탐사는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2007년 2월부터 탐사를 해왔다. 우드사이드는 2029년 4월까지의 조광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2022년 7월 철수 의향을 표시하고 지난해 1월 철수했다. 이후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8월 반기보고서에서 영일만 심해 탐사 사업이 ‘더 이상 장래성이 없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가 2022년 6월 호주의 자원개발기업 BHP와 합병하며 사업재조정이 이뤄졌다고 이유를 해석했다.
석유공사는 철수하는 우드사이드에게 탐사 자료를 넘겨받고 자체 추가 자료 등을 더해 2023년 2월 액트지오에 자료 해석을 의뢰한다. 우드사이드가 포기한 자료를 정부가 액트지오에 분석을 맡겨 이번 결과를 얻어낸 모양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우드사이드가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자료 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 단계인 유망 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관건은 과연 액트지오가 세계적 기업인 우드사이드보다 더 나은 역량을 보유했는지 여부다. 액트지오는 홈페이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동 이력을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정집을 개조한 액트지오 본사 사진이 떠돌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방한한 비토르 아브레우 창립자에 대해 5개월 동안 검증 작업을 거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달리 풀면 검증도 안 된 곳에 분석을 맡겼다는 뜻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남미 가이아나 광구를 뛰어넘는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일 가능성이 있지만 해외 주요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렵다. 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한 관련 주식을 내다 파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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