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패션·뷰티기업 진출에 상권 임대료 급등 우려…관할 구청 ‘대형업체 입점 제한’ 대책도 반쪽
올 하반기에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CJ올리브영이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낼 예정이다. 성수동 상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긍정 전망이 있는 반면 중소 뷰티기업 브랜드 매장들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특히 현지의 상가 임대료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형기업 진출이 이곳 상권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점차)중소 상점들이 성수동 상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성수동 일대에서 대형기업 진출이 속도를 내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면서 이를 감내하지 못하는 기존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성수동에는 2022년 5월 크리스챤 디올이 콘셉트 스토어를 연 데 이어 지난해 5월 ‘대기업급’ 뷰티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건물을 매입해 팝업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2023년 11월에는 유명 의류편집숍 기업 무신사가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를 오픈했다.
CJ올리브영은 성수역 4번 출구 인근에 초대형 매장을 열어 기존 중소 팝업스토어들 사이에서 고객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기자가 지난 12일과 14일 두 차례 방문한 현장은 연무장길 방향으로 오가는 이들로 가득 차 상권 입지로서의 ‘파워’가 엿보였다.
현재 성수동 상권은 중소 패션·뷰티 브랜드 매장과 팝업스토어들로 가득 찼다. 특히 연무장길은 건물 두 곳당 한 곳꼴로 그 비율이 높다.
수년 새 상권의 가치가 오르면서 땅값도 뛰었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성수동 상가 대지지분(대지권 면적) 가격은 1평(3.3㎡)당 2억~2억 5000만 원 선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특히 연무장길이 있는 성수동2가 제3동은 2021년 3분기 평당 약 13만 73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약 21만 400원으로 상승했다.
앞으로 대형기업 진출이 두드러지면 현지 상가 임대료가 본격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동건 GS공인중개사사무소 실장은 “사람이 몰리는 성수동에서 브랜드 홍보가 필요한 대형기업들의 침투가 속도를 내면서 현지 부동산 가치가 치솟을 것”이라면서 “건물주들도 중소 업체보다 임대료를 더 지불할 대형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무장길의 한 중소 뷰티 브랜드 상점 관계자는 “인기 상권으로 떠오른 건 좋지만 굵직한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월세가 더 오를 것이란 이야기가 (상권 내에서)많이 돈다”며 “몇 년 뒤에는 이곳에 큰 대형기업들이 더 들어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존 중소 상점들 입장에선 매출이 더 늘지 않는 조건에서 임대료만 오를 경우 운영 수지가 안 맞아 성수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할 것이 걱정된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썩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성동구청은 ‘지역상권 보호구역’ 취지로 도입한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 범위를 △성수1가 제1동 △성수1가 제3동 △성수2가 제1동 △성수2가 제3동(연무장길 일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에선 대형 기업·프랜차이즈의 입점을 제한하고, 임대료를 많이 인상하지 않는 임대인에게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 등을 줄 수 있다. 현재 뚝섬역 주변과 서울숲 북쪽 서울숲2길 등이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성수1가 제1동 △성수1가 제3동 △성수2가 제1동 △성수2가 제3동은 현재 구역 지정이 안 돼 있어 대형 기업·프랜차이즈 입점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성수역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들 지역은)아직 확정 고시가 안 났다”라며 “올해 말쯤 고시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성수역 일대 전체가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모든 대형기업의 입점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제한되는 업종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화장품판매업 등으로, ‘화장품책임판매업자’ 업종인 CJ올리브영은 입점이 가능하다.
CJ올리브영은 성수동 진출에 대한 현지의 각종 우려를 거의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 등 대형매장)진출로 현지 상권이 더 살아날 수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본래)상권 발달이 인근 주택가에 영향을 미쳐 원주민이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답을 내놨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형기업이 인기 상권지역에 큰 규모로 자리한 뒤 중소 자영업자가 내쫓기듯 나가는 상황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칭한다”라며 “성수 일대 상권 인기가 높아지고 대형기업이 찾아오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자유경제체제에서 주거용이 아닌 상권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하는 것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소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임대료 폭등을 제한하는 법개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동구청은 기존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과 같은 지역 협약에 구속력을 갖춰 협약 위반 시 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른 대안도 거론된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법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가 폭등하는 지역의 상가를 보유해 중소 브랜드나 개인 사업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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