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바이 노총각~내년 1월 웨딩마치를 울리게 될 엄태웅과 윤혜진 커플. |
# 007 작전 방불케 한 결혼발표
엄태웅은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처음 결혼 소식을 전했다. 이 장면이 방송되자마자 엄태웅의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는 결혼 발표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일제히 문자를 발송했다.
통상 결혼과 열애 같은 큰 사안이 발생하면 소속사는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엄태웅의 소속사는 일일이 응대하며 “미리 알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벌써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엄태웅과 소속사 대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소속사 측은 특정 매체에서 특종을 잡아 혹여 다른 매체에서 좋지 않은 기사라도 흘러나오지 않도록 엄태웅의 결혼 소식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1박2일’을 통한 결혼 발표를 준비했다.
엄태웅은 ‘1박2일’ 녹화가 있기 전까지 멤버들에게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 엄태웅이 “먼저 알렸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멤버들은 그가 ‘1박2일’ 하차 의사를 밝히는 줄 알았다는 후문이다.
엄태웅은 ‘1박2일’을 연출하는 최재형 PD에게만 이 소식을 전한 후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1박2일’ 출연진과 제작진 특유의 끈끈한 정과 의리가 있었기에 엄태웅이 직접 결혼을 발표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다.
# 동생 먼저 장가보내는 엄정화
엄태웅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누나 엄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혼기를 놓치고 어느덧 40대 중반에 된 누나가 엄태웅을 앞세우게 됐기 때문이다.
엄태웅이 백일이 될 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태웅은 오직 어머니와 세 누나의 손에서 컸다. 그중 외향적이고 씩씩한 엄정화는 엄태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엄태웅을 업어 키웠다”는 엄정화는 “태웅이는 너무 기다리던 막내아들이라 예쁨을 받고 자랐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항상 짠한 느낌이 있었다”고 말하곤 했다.
때문에 항상 엄태웅을 걱정하던 엄정화는 결국 직접 그의 짝을 찾아줬다. 엄정화는 지난 6월 중순 엄태웅과 예비 신부 윤혜진 씨를 한 자리로 불렀다. 서로를 소개시켜준 엄정화는 조용히 자리를 떴고 이후 두 사람은 매일 만남을 가졌다.
엄정화 역시 윤 씨를 직접 아는 것은 아니었다. 지인 중 한 명이 윤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깊은 생각 끝에 엄태웅의 짝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중매를 자처한 것이다. 엄정화 측 관계자는 “엄정화는 세상 누구보다 엄태웅의 결혼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두 남매의 남다른 우애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 위기는 있었다!
6월 처음 만난 후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고작 5개월. 만남에서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돼 두 사람의 만남이 순탄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물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한 것은 맞지만 그들조차 내년 1월 웨딩마치를 울리게 될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 그 변수가 두 사람에게는 천우신조였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윤 씨는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9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스카우트됐다. 발레리나로서 최고의 무대에 서게 된 만큼 윤 씨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6월 윤 씨를 처음 만난 엄태웅은 3개월 만에 연인을 먼 타국으로 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 씨가 발목을 다쳐 재활치료차 귀국한 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됐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엄태웅이었지만 윤 씨의 곁을 지키며 기운을 북돋우고 재활치료를 도왔다. 재활이 끝난 후에는 모나코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엄태웅은 내년 초 방송되는 SBS 드라마 <이순신 외전>을 끝낸 후 내년 하반기쯤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를 엄태웅은 “운명이다”고 표현했다. 아이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지만, 돌려 생각하면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일과 결혼을 놓고 고민하던 두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위기가 기회가 된 순간이었다.
# 문화계 신 로열패밀리 탄생
엄태웅은 10월의 마지막 밤에 윤 씨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다. 윤 씨의 집 근처인 분당 율동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꽃다발을 주며 청혼했다. 연예인 같지 않게 소박한 엄태웅의 모습을 좋아했던 윤 씨에게는 더 없이 멋진 프러포즈였을 법하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문화계 신 로열패밀리가 탄생하게 됐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예비 장인은 원로배우인 윤일봉이다. 1948년 영화계에 투신한 후 2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윤일봉은 11대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배우 유동근과 전인화는 윤 씨의 외삼촌과 외숙모다. 게다가 윤 씨의 오빠인 윤준호 역시 영화 <퀵> <1번가의 기적> 등에 얼굴을 비친 배우다.
윤 씨는 분야는 다르지만 2006년 발레협회주최 프리마 발레리나상 수상, 2008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국보급 발레리나다. 여기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엄태웅-엄정화 남매가 가세하면서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는 가족이 탄생된 셈이다.
배우로 평생을 산 아버지를 봐오던 윤 씨는 엄태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여자였다. 낯가리기로 유명한 엄태웅이 급속도로 윤 씨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해와 배려 덕분이었다. 윤일봉 역시 배우로서 제몫을 다하고 있는 엄태웅을 어여삐 여긴 터라 임신 소식과 동시에 두 사람의 결혼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