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캐릭터 ‘꾸러기’ 시리즈 28년간 8400회 이어져…일요신문과도 인연, 타계 2달 전까지 ‘세상漫사’ 연재
공군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뒤에는 ‘아리랑’ 시절 그를 눈여겨 본 편집자의 제안으로 만화전문잡지 ‘소년세계’ 창간 작업에 미술담당 편집자로 참여한다. 당시 본명 윤인섭으로 잡지에 들어가는 여러 삽화를 창작했다. 1969년 9월 이번에는 ‘소년경향’으로 옮겨 두 번째 창간작업에 참여한다. 1971년 11월 중앙방송국(현 KBS)에 방송미술 담당으로 스카우트된다. 이후 55세 조기퇴직할 때까지 만화창작을 병행하며 26년간 방송국에 근무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만화를 그렸지만, 만화가로 정식 연재를 시작한 작품은 1968년부터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를 한 ‘싱겁이’다. 주 2회 정도 부정기적으로 연재하다 인기가 좋아 매일 연재한 만화로 신문에 2단을 여러 칸으로 나눠 에피소드를 진행한 만화다. 1970년 ‘싱겁이’의 연재를 마치고 1971년 1월 31일부터 ‘천하말썽 꾸러기’를 연재하기 시작한다. ‘싱겁이’는 ‘서울신문’의 어린이 신문 ‘소년서울’로 옮겨 연재를 한다. ‘천하말썽 꾸러기’가 이후 윤준환 만화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꾸러기’가 등장한 작품이다. ‘천하말썽 꾸러기’는 중학생판에는 ‘말썽천재 꾸러기’로 제목을 바꿔 연재하기도 했다.
‘꾸러기’ 시리즈는 1997년까지 28년 동안 일주일에 여섯 번씩 무려 8400회를 연재하며 1970~1990년대까지 여러 세대를 걸쳐 한국 어린이들이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친근한 벗이 되었다. 제목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작품은 동일했다. 과격한 말썽보다는 일상의 잔잔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트콤으로 주인공 ‘꾸러기’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특이한 부분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3대가 함께 사는 가족 시트콤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꾸러기’ 시리즈는 ‘꾸러기 말썽일기’ ‘꾸러기의 심술일기’ ‘말썽천재 꾸러기’ ‘꾸러기 대소동’ ‘빵점도사 꾸러기’ ‘꾸러기는 못 말려’처럼 여러 타이틀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주로 한바닥에 들어가거나 한두 쪽의 짧은 만화를 연재하던 윤준환은 어린이 만화잡지, 어린이 잡지가 큰 인기를 끌던 1980년대 중반부터 16쪽짜리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1985년 ‘소년경향’ 9월호부터 16쪽짜리 연재만화 ‘깍두기 반장님’을 시작으로 1987년 ‘만화보물섬’에서 16쪽짜리 연재만화 ‘꾸러기와 맹자’를 1991년 5월호까지 총 47회 연재한다. 소년 캐릭터 꾸러기는 소녀 캐릭터 맹자와 함께 한국 명랑만화의 중요 캐릭터로 오랜 시간 여러 작품에 등장하며 생명력을 이어갔다. 반달처럼 표현된 머리카락과 옆머리를 짧게 자른 투블럭 스타일, 굵은 눈썹과 여기저기 붙은 반창고로 대표되는 꾸러기와 디귿(ㄷ)자 바가지 머리의 맹자는 동시대 어린이들이 열심히 따라 그렸던 인기 캐릭터였다.
이렇듯 윤준환은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은 ‘꾸러기’ 시리즈로 기억되지만, 어른들을 위한 만화나 청소년을 위한 만화도 꾸준히 발표했다. 1970~1990년대에 걸쳐 신문, 잡지, 사보 등에 여러 작품을 활발하게 연재했는데 대표적으로 ‘주간경향’에 연재한 ‘싱겁선생’, ‘여성동아’에 연재한 ‘펑퍼짐 여사’, ‘일요신문’에 연재한 ‘물대포’ 같은 작품이다.
윤준환은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만화를 마감하고, 점심에 방송국에 출근해 9시 뉴스까지 마무리한 다음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타이틀을 탈 없이 연재한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또한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와 클리어라인을 보여주는 선은 한 컷만 보아도 윤준환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은 시트콤은 길창덕의 명랑만화를 계승한 한국 명랑만화의 커다란 나무였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2개월 전인 2024년 7월 6일까지 ‘일요신문’에 시사만화 ‘세상漫사’를 연재할 정도로 끝까지 성실함을 잃지 않은 작가였다. 누군가의 교과서에, 공책에 여전히 살아있을 윤준환의 ‘꾸러기’처럼 수많은 꾸러기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윤준환의 명복을 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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