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돈도 벌게 해줄게”

육합회사는 중국인 총책 ‘크리스’를 정점으로 성명불상의 부사장, 로맨스 스캠팀 총관리자 ‘아케이’와 노쇼팀 총관리자 ‘아두’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총책부터 관리자급까지 모두 중국인이다. 검찰은 로맨스 스캠과 투자 리딩 사기가 합쳐진 범행을 ‘코인 로맨스 스캠’이라고 적시했다. 코인 로맨스 스캠팀은 총 5개로 이 중 4개는 중국인으로만 이뤄졌고 나머지 1개 팀은 한국인 23명으로 꾸려졌다. 노쇼팀의 경우 국내만 집중 공략할 목적으로 한국인 7명으로 별도 구성됐다.
코인 로맨스 스캠 범행은 3040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데이팅 앱에서 시작됐다. 조직원들은 증권사나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30대 여성으로 꾸민 프로필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 역할을 맡은 조직원을 ‘채터(Chatter)’라고 불렀다.
채터는 피해자와 일상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감정적 신뢰를 쌓았다. 연애 감정이 충분히 형성됐다고 판단하면 본론을 꺼냈다. “해외 코인 거래소에서 단기 옵션 거래를 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나와 함께 목돈을 마련해보자”는 식이었다.
피해자가 투자에 응하면 자금은 치밀하게 설계된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먼저 국내 원화로 테더(USDT,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를 매수하게 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 지갑에 넣게 했다. 그러곤 “수익이 높은 단기 옵션거래가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며 육합회사가 만든 허위의 해외거래소로 유인했다. 조직이 운영한 허위 거래소는 ‘비너스 프로’ ‘지넥스’ ‘노비큐’ ‘카나MR’ 등이다.
피해자의 어플 화면에는 숫자가 올라가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는 모두 조작된 화면이었다. 이후 피해자가 출금을 요청하면 세금 납부나 추가 인증을 명목으로 돈을 더 요구하다 연락을 끊었다. 검찰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12월 17일까지 한국인 조직원들이 올린 수익은 13억 5000만 원이 넘는다.
노쇼팀은 한국인 조직원 윤 아무개 씨를 영입하면서 생겼다. 윤 씨는 간부들에게 “전에 있던 조직에서 실적이 높게 나왔다”며 노쇼 사기도 함께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쇼 사기 수법은 2단계 구조로 설계됐다. 1선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공공기관에 물건을 납품하는 도·소매업자들의 업체명과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수집했다. 이후 군부대나 공공기관 관계자인 척 피해 업체에 접근해 “기존에 거래하던 A 푸드 업체의 단가가 올라 거래가 끊겼다. 우리는 공공기관이라 직접 가격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며 “어차피 예산은 정해져 있어 원래 단가대로 지불할 테니 A 푸드와 협의해 물건을 대신 사다 달라. 차익은 가져도 좋다”고 대리구매를 유도했다.
공공기관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면서 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말에 피해 업체가 솔깃해하면 이때 2선이 등장했다. 2선은 실제 A 푸드 업체 직원인 척하며 피해자에게 허위로 만든 사업자등록증과 공장 사진까지 보내며 신뢰를 쌓았다. 피해자가 물건 대금을 2선의 계좌로 송금하는 순간 조직은 돈을 챙기고 잠적했다. 피해자는 돈도 잃고 물건도 받지 못했다. 노쇼팀은 이런 수법으로 2025년 10월 중순부터 12월 17일까지 단 두 달 만에 10억 6800만 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
#행동강령 만들어 조직원 관리

근무 시간도 팀별로 달랐다. 피해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저녁 시간대를 노린 로맨스 스캠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공기관 업무 시간에 맞춰야 하는 노쇼팀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였다.
팀마다 범행 수법과 활동 시간이 조금씩 달랐지만 간부를 통해 서로의 실적을 공유하거나 정산을 받는 등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됐다. 또 신입 조직원이 들어오면 실적이 좋은 선배 2~3명을 붙여 범행 수법을 직접 가르치는 등 도제식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캄보디아 반테이민체이주의 포이벳과 몬돌끼리를 오가며 거점을 옮기던 육합회사는 2025년 12월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이 꾸린 합동수사팀 ‘코리아 전담반’과 국정원의 합동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이 작전으로 한국인 피의자 26명이 검거됐다.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던 20대 한국인 남성 1명이 구출됐다. 일부 조직원들은 회사 간부들의 폭행·감금·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단지 내 유흥업소, 미용실, 병원, 쇼핑몰 등을 이용하며 자유롭게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육합회사 한국인 조직원 7명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을 순차적으로 청구하는 등 기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은 지난 6일 한국인 조직원 윤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 전 추징보전을 받아들였다. 개인당 집행 금액은 약 5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이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