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욱 회장은 현재 수감 중이지만 계열사 인수 등 확장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 ||
대상그룹은 지난해 3월 스마트카드업체인 마이비를 인수하고 이어 8월에는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한 데 이어 11월 초에는 두산의 종가집 김치 사업부문을 1050억 원에 인수했으며 지난 12월 1일에는 카드넷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국내 계열사를 13개로 늘렸다.
대상은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미원유화를 사돈그룹인 금호케미컬에 매각하고 98년엔 대상의 달러박스이던 라이신 사업부문을 독일 바스프에 매각해 6억 달러를 받았지만 빚청산에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마니커와 이천 미란다호텔도 매각했고 2003년엔 아스파탐 사업부문과 편의점 미니스톱 사업을 매각했다. 그 결과 기존 사업에서 남은 부분은 조미료 사업과 장류 사업(대상), 사료사업(대상팜스코), 광고회사(상암커뮤니케이션) 정도였다.
이렇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대상이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은 2004년 말.
임창욱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동서산업을 인수했다. 사실상 대상그룹이 인수한 것. 이후 동서산업은 대상 계열로 편입됐고 인수 이후 흑자전환을 해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임 회장이 2005년 7월 220여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는 점이다. 임 회장은 주력사이던 대상(주)의 대표이사도 2001년 그만두고 명예회장으로 뒤로 물러났다. 물론 재계에서는 이런 그의 은퇴를 실질적인 경영 은퇴가 아닌 ‘은둔형 경영’으로 봤다. 그가 용두동의 대상 본사보다는 강남의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사무실 근처에서 자주 보인다는 소리도 그때 나왔다.
하지만 그가 지난 2005년 7월 구속 이후 계속 영어의 몸이 된 뒤로도 대상의 확장 전략은 멈추지 않고 있다. 때문에 ‘옥중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상그룹의 주력사인 대상(주)와 확대전략의 첨병을 담당하는 유티씨인베스트먼트의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책임지고 있다. 또 임 회장의 구속 이후 대상그룹은 회사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2005년 8월 대상홀딩스를 설립했다.
대상홀딩스의 지배구조는 임 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씨(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며느리)와 임상민 씨가 최대주주다. 다만 맏딸인 세령 씨 지분(20.79%)보다는 상민 씨 지분(30.36%)이 더 많다. 임 회장은 6.38%, 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5.91%다.
▲ 동생 임성욱 세원 회장. | ||
대신 임 회장은 개인투자회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를 100% 지배한다. 유티씨가 점찍은 물건에 투자하면 이어 대상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대상의 확장전략을 유티씨가 진두지휘하는 셈이다. 때문에 임 회장이 대상 계열사의 현장 경영일선에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사실상 대상그룹의 조타수를 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장부상 대주주인 상민 씨는 대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회장 구속 상태가 1년 반이 넘어가는 비상상황임에도 대주주가 유학 중이라는 점에서 임 회장의 ‘옥중경영’이 실감나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부공동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임 회장의 빈 자리를 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채우고 있는 것.
박 부회장은 그동안 상암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지난 93년 상암기획 이사로 취임한 뒤 명목뿐인 임원이 아니라 꾸준히 출근하며 실무를 해왔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4월 10년 넘게 해오던 상암의 이사직을 사임했다. 그가 온힘을 집중한 곳은 대상홀딩스. 대상홀딩스는 2005년 8월 설립 때부터 임창욱-박현주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임 회장의 구속 이후 박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회장 역할을 대행하는 셈이다.
박 부회장은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임 회장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면회 가며 회사 일과 집안 일을 상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티씨인베스트먼트의 김훈식 사장도 신규사업 추진과 인수합병 건에 대해서는 임 회장을 면회하는 자리에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경영의 대명사이던 임 회장의 구속 이후 대상그룹 지배구조와 수뇌부의 행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면담 때 재계인사 사면 논의가 화제로 올랐었다. 당시 임 회장도 사면 예상자 명단에 올랐었다. 망한 기업 총수가 아닌 현역 대기업 총수가 1년 넘게 구속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명예회장’을 자처한 것은 임 회장이지만 말이다. 그가 오는 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면자 명단에 낄지 주목된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