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추진모임의 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이 지난 11일 의총에서 터진 정대철 대표의 1차 폭탄발언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
최근 사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신주류. 최근 본격적인 창당 논의에 착수했던 신주류는 검찰의 정 대표 소환 통보에 일제히 정 대표를 엄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원기 고문은 “당 입장에서 정 대표에게 주류·비주류 간 오해와 갈등을 조정하도록 부탁했고, 그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며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 대표가 당을 수습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새로운 틀을 만들어줘야 할 입장”이라며 ‘정 대표 역할론’을 피력했다.
신당추진모임의 이해찬 기획본부장 등 상당수 신당추진파 의원들도 “신·구주류 간 조정역할을 해온 정 대표가 현 시점에서 빠지면 신당 논의구조가 무너진다”면서 정 대표 사퇴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도덕적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신주류가 이처럼 ‘정대철 껴안기’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시기적 이유. 신·구주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신당 문제의 타개책을 찾아가는 묘한 상황에서 정 대표를 둘러싸고 ‘굿모닝 사태’가 불거져나왔다. 신당파와 구당파 양자를 조율하던 정 대표의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온 셈.
정 대표의 공백은 힘의 공백뿐 아니라, 외줄타기로 버텨오던 민주당의 분당 위기가 가시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 대표가 검찰 소환에 앞서 대표직을 사퇴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자연스레 대표직은 당헌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 차순위(3위) 득표자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승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막 신당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신주류측으로선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위험성이 크다.민주당 고수파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당을 장악하는 상황에선 ‘개혁신당’이든 ‘통합신당’이든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주류 인사들이 민주당을 탈당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당 논의를 둘러싼 민주당 내 역학구도가 중도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주류 떨어내기 차원의 신당파 대거 탈당’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일단 신주류 인사들이 이 같은 상황 인식 아래 벼랑 끝에 몰린 정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건으로 정치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지난 대선자금을 들먹이며 ‘물귀신’ 언행을 하면서 신주류와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도 신주류측 인사들이 정 대표를 엄호하고 나서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을 지낸 정 대표가 대선자금 논란의 불씨를 더 지필 경우 신주류는 물론 노 대통령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한마디 말로 ‘도덕적 우월성’에 바탕을 둔 노무현 정권의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애초 기류와는 달리 청와대 일각과 민주당 신주류 진영에서 정 대표를 적극적으로 엄호하고 나선 배경이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대표는 대선자금과 관련, ‘안전핀’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튀어 나가려는 안전핀’을 제자리에 꽂아 놓아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설란’을 일으켰던 정 대표는 지난 14일 당 안팎에 산적한 현안을 이유로 들어 검찰 소환에 당분간 불응할 뜻을 밝혔다. 특히 민주당 신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내 조정기구를 설치, 신·구주류가 공식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언행은 ‘대표 역할론’에 기대어 청와대와 여권에 ‘경고와 구명’의 메시지를 함께 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