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로시안 지분법 적용 중단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로시안에 대한 지분법 적용을 중지했다. 장부금액이 0원 이하로 떨어져 회계상 기업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인식한 로시안 장부금액은 2022년 말 20억 3093만 원, 2023년 말 6억 1095만 원, 올해 상반기 3억 3691만 원으로 감소해왔다. 지분법 손익은 투자한 회사의 순손익을 보유한 지분율만큼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로시안은 2022년 11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시효’를 내놓았다. 시효 제품은 서울 신라호텔 지하1층 아케이드, 제주신라호텔 6층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나 신라면세점·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뷰티컬리·롯데온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 시효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이전에는 주로 호텔 피트니스 이용자가 주로 매장을 찾았다. 최근엔 나이대와 상관없이 고객들이 다양하게 방문한다”며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시효 래핑 광고를 진행하며 면세점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부진의 원인을 두고 브랜드 콘셉트가 최근 화장품 시장 트렌드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효의 ‘프로스트 진생 액티베이팅 에센스’는 17만 원, 앰플은 9만 9000원, ‘허벌 컨덴시티 리커버리 크림’은 25만 원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저가 화장품이 강세다. 화장품 트렌드가 빨리 바뀌다 보니 고가 화장품 하나보다는 저렴한 화장품 여러 개를 사서 자주 쓰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 전망도 변수다. 로시안은 시효 브랜드를 출시하며 중국 시장으로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3년 기준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00조 원 규모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로컬 브랜드 확대로 수입 화장품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다. 수입제품은 중고가 프리미엄 해외 유명 브랜드, 로컬제품은 중저가 가성비 브랜드로 양극화되고 있다. 시효의 위치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

#본업도 신통치 않은데…
유통업계의 화장품 시장 도전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한국콜마 손을 잡고 1만 원 내외의 중소형 화장품 PB 브랜드 ‘엘앤코스(el&cos)’를 론칭했으나 2018년 사업을 접었다. 코오롱FnC도 ‘수분 직배송’을 콘셉트로 2020년 ‘라이크와이즈’를 선보였으나 2022년 사업을 철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화장품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합작법인 방식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호텔신라는 시효의 판로 개척과 유통만 담당한다. 브랜드 운영은 로레알코리아가 맡고 있다. 앞서 호텔신라는 2011년 화장품 편집숍 ‘스위트메이’를 론칭했으나 사업을 철수한 이력이 있다. 홍콩과 마카오 등 해외에 매장을 두고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2017년 매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기준 호텔신라 면세유통(TR) 부문은 전체 매출의 84.1%를 차지했다. TR 부문 사업은 녹록지가 않다. 호텔신라 TR 부문의 3분기 영업손실은 387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163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올해 3분기 TR 부문 매출액은 8448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8451억 원)보다 0.1% 줄었다. 같은 기간 공항점 매출이 5026억 원에서 4741억 원으로 5.7% 감소한 영향이 작용했다. 면세점 업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이익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로시안 투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