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히 강등을 피한 대전 시티즌이 유상철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김인완 부산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 박은숙 기자 |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감독들은 총 4명이다. 울산 김호곤 감독과 경남FC 최진한 감독, 대전 시티즌 유상철 감독 그리고 대구FC 돌풍을 진두지휘한 브라질 국적의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이다. 이들 중 유상철 감독과 모아시르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물론 조금씩 처한 상황이 다르다.
▲ 모아시르 |
그러나 누구도 계약 연장 여부를 확답 받지 못했다. 항상 거센 정치 바람에 휘말려야 하고, 부족한 재정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도시민구단의 태생적 한계 탓이 컸다. 특히 경남의 경우, 구단주인 경남 도지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7월 김두관 전 도지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하며 지사직을 떠난 바람에 거의 4달째 구단주 자리가 공석이다. 결국 12월 19일에 있을 도지사 보궐선거까지 가봐야 한다. 구단 업무의 모든 책임을 진 구단주가 없다보니 최 감독의 계약 문제는 아무래도 뒷전일 수밖에 없다.
모아시르 감독도 떳떳한 입장이지만 구단의 부족한 재정이 걸림돌이었다. 코칭스태프와 용병 문제 등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대구 구단도 “성적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좋은 편이었고, 선수들의 자신감이 충만해졌다”고 성과를 인정하지만 쉽게 계약 연장을 선택하지 못하다 결국 당성증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겨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김호곤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울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울산은 대개 1년 단위의 계약을 체결해왔다. 다년간의 재계약이란 개념보다는 계약 연장의 성격이 짙었다. 김호곤 감독의 전임이던 프로축구연맹 김정남 부총재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년 단위로 계약 연장을 하며 울산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2년을 연장했고, 올해 말 구단과 계약기간이 끝난다. 울산은 다른 팀들과 달리, 아직 시즌이 남았다.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 이후에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전망이다.
# 빠른 거취 확정이 필요한 시점
▲ 최만희 |
물론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사실이 곧 내년 시즌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성과를 올린 데다 아직 1년의 여유가 더 남아있는 FC서울 최용수 감독이나 역시 1년이 남은 포항 황선홍 감독 정도만이 따스한 겨울을 맞을 수 있다. 이와 정반대로 확실치 않은 경우도 꽤 많다.
수원 삼성 윤성효 감독의 거취가 가장 큰 이목을 끈다. 차범근 전 감독(SBS 축구 해설위원)이 물러난 2010시즌 하반기부터 3년 계약을 하면서 시작된 윤 감독의 공식 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다. 사실상 6개월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잔여 임기 6개월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짧은 시간이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수원 프런트는 “일단 리그가 끝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수원의 선택이 기다려지는 가운데 지방 유력 구단들 역시 아직 상당 기간 임기가 남아있는 감독들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길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몇몇 팀들의 경우, 벤치를 둘러싸고 구단의 내부 갈등, 감독-구단 고위층의 불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루머들이 계속돼 왔다.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참담한 결과를 냈던 모 유력 구단의 경우,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물러나는 걸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 시선도 당연히 곱지 않다.
물론 내년부터 프로 2부 리그에 합류할 광주FC도 벤치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성적 부진이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11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원정에서 0-2로 지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강등의 아픔을 겪게 된 광주 최만희 감독은 “책임질 일이 있는데, 계약기간을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퇴를 암시했다. 작년 광주 창단 수장으로 부임한 그의 계약기간은 3년으로, 2013시즌까지다.
앞으로 용병 선발, 선수 수급 등 일련의 과정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신인 선수 드래프트도 12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2013시즌 K리그 사령탑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