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흑연 관세 인상, 배터리 업계 예의주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2월 3일(현지시각)까지 중국 흑연 수출업체들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에 대한 예비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활성음극재생산자협회는 미국 상무부와 ITC에 중국 흑연 수출업체들의 반덤핑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청원했다. 협회는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있는 중국 흑연 수출업체들이 흑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중국산 흑연에 최대 920%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5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흑연 수입에 2026년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산 흑연에 920%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지를 두고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바이든 행정부의 IRA 최종 가이드라인에서 흑연의 경우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 적용이 2026년까지 유예됐다. 중국 등 미국이 FEOC로 지정한 국가의 기업이 생산한 부품이나 광물을 사용하면 최대 7500달러의 IRA 소비자세액공제(30D)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중국산 흑연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장 중국산 흑연에 초고율 관세를 물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920%까지는 아니더라도 높은 관세를 매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와 별개로 미국의 중국산 흑연에 대한 관세 인상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많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관심이 없다. IRA 소비자세액공제 혜택을 없애는 것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중국산 흑연에 대한 관세를 높일 가능성이 꽤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흑연에 붙는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흑연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비용의 약 10%를 차지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자재 단가 자체가 올라가고 전체적인 배터리 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우리나라 배터리 셀 업체들이 미국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의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결국엔 전기차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국가적인 흑연 비축, 음극재 생산보조금 지급 필요”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흑연 이외의 다른 핵심 광물에 대한 보복 조처를 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갈륨·게르마늄·안티몬·초경질 재료와 관련한 이중 용도 품목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흑연의 경우, 미국 수출 시 최종 사용자 및 최종용도 목적에 대해 더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IRA FEOC 규정 적용이 유예된 2026년이 도래하기 전에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한 호주 흑연업체 시라리소스와 천연흑연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천연흑연 2000톤(t)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지난해 2월 미국 웨스트워터리소스와 천연흑연 구매 계약을 맺고 2027년부터 4년간 최대 3만 4000t을 확보키로 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업체와도 협력을 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영향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은 나란히 악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6조 4512억 원, 영업적자는 22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 8000억 원, 영업적자 2041억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컨센서스(매출 3조 9000억 원, 영업이익 809억 원)을 하회하는 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SK온도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