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퀴아오가 졌다. 매니 파퀴아오(34·필리핀)는 경량급 최고의 복서로 세계 프로복싱계를 지배해온 복싱 영웅이다.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파퀴아오와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39·멕시코)의 4차전. 출발은 파퀴아오가 가져갔다. 파퀴아오는 1, 2라운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3라운드 중반 파퀴아오는 마르케스의 오른손 훅에 안면을 그대로 강타당해 다운을 당했다. 파퀴아오는 곧바로 일어나 위기를 넘겼다.
4라운드에서 적극적인 공격 대신 잽으로 상대를 견제하며 숨을 고른 파퀴아오는 5라운드에서 왼손 스트레이트 카운트 펀치를 마르케스의 턱에 적중시켜 다운을 빼앗아냈다. 서로 다운을 한 차례씩 주고받은 팽팽한 승부였다.
둘의 운명은 6라운드에서 갈렸다.
마르케스는 6라운드에서 코피를 흘리며 금세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입을 크게 벌리고 호흡을 가다듬던 마르케스는 종료 몇 초를 남기고 파퀴아오의 턱에 오른손 카운터 펀치를 꽂아넣었다.
일격을 맞은 파퀴아오는 그대로 앞으로 크게 꼬꾸라졌다. 파퀴아오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마르케스의 통쾌한 KO승으로 마무리됐다. 6라운드 2분59초.
세 명의 심판은 5라운드까지 파퀴아오가 47-46으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판단했다.
마르케스는 경기 후 “파퀴아오는 나를 언제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경기에 임했다. 상당히 어려운 상대지만 승리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완벽한 펀치를 던져야 했고, 그리고 그렇게 했다. 힘과 스피드를 기르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파퀴아오는 “내가 조심성이 없었다. 그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게 바로 복싱이다. 나는 마르케스의 강력한 펀치를 막지 못했고, 결코 예상할 수 없는 펀치였다”고 전했다.
경기 후 정신을 차린 파퀴아오에게 다가가 진한 포옹을 나눈 마르케스는 “당신은 훌륭한 파이터다”라며 복싱 영웅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한편 마르케스의 통산 전적은 55승(40KO)6패1무가 됐다. 파퀴아오는 54승(38KO)5패2무.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