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오일뱅크 측은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으로 급등한 환율은 재고자산 평가 손실로 이어지며 적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구조는 최근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자산총계는 19조 9549억 원으로 전년 19조 6689억 원 대비 소폭(1.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14조 153억 원으로 14조 원대를 돌파하며 전년 13조 2290억 원 대비 5.9% 늘었다. 자본총계는 5조 9395억 원으로 6조 원대가 깨지며 전년 6조 4399억 원보다 7.7% 감소했다.
내부적으로 재무 부담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언젠가 갚아야 되는 부채 성격인 신종자본증권을 연이자율 5.03%으로 2500억 원 규모 발행했다. 재무구조 악화는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2월 19일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세부 재무 지표는 지난해 3분기까지인데 이 기간 누적된 HD현대오일뱅크의 이자비용은 3079억 원으로, 전년 2411억 원보다 27.7% 증가했다.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자회사 편입 후 흡수합병한 HD현대아로마틱스(옛 HD현대코스모)가 거론된다. HD현대아로마틱스는 2009년 일본 정유업체 코스모오일과 일대일 비율로 자본을 투입해 설립한 합작회사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코스모오일이 보유하고 있던 HD현대아로마틱스의 지분을 모두 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같은 해 12월 흡수합병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코스모오일의 보유 지분 매입비용으로 1450억 원을 투입했다.
HD현대아로마틱스의 인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아로마틱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두 가지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우선 HD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D현대아로마틱스는 합병 전까지 적자를 지속하고 있었는데, 손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HD현대아로마틱스의 영업손실은 2021년 756억 원, 2022년 1059억 원, 2023년 533억 원으로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HD현대아로마틱스가 영위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과잉공급의 여파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합작회사였을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아로마틱스의 실적을 지분법으로 당기순이익만 반영했는데, 이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을 계상해야 한다.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아로마틱스를 흡수합병하면서 가져온 부채도 부담이다. HD현대아로마틱스의 부채는 4486억 원 수준이다. 합자회사였던 시절 지분 가치만 반영했던 것과 달리 흡수합병을 통해 부채가 인식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한국신용평가 김문호 선임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10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HD현대아로마틱스 지분 확보(50%, 동사 1450억 원 지출)하고, 흡수합병 과정에서의 기존 차입금을 이관(2023년 말 기준 HD현대아로마틱스 순차입금 2172억 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는 신용등급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본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정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022년 12월 2.4배에서 2023년 12월 6배로 뛰더니 2024년 9월 8.1배까지 상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오일뱅크의 조정순차입금/EBITDA 지표가 8배 이상일 경우 신용하향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HD현대아로마틱스 흡수합병의 여파로 인해 2017년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권오갑 회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보통 그룹 내 자회사의 인수·합병 등 경영적 판단을 내릴 때 지주사의 판단 없이 추진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자회사의 경영 방향에 대한 성패 역시 지주사 대표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HD현대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 1조 3177억 원 수준이었던 부채는 2024년 3분기 기준 4조 597억 원까지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88.5%에서 2024년 9월 232.7%로 급증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D현대오일뱅크의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에 성공할 만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이자 비용 수준은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아로마틱스를 완전 인수 후 합병한 것은 계열사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경영 효율을 위한 수직계열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