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밝은 표정에 장난꾸러기 이미지까지 갖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의 할머니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해 타점왕에 등극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야구 선수 이대호는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대호는 자신을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물건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쌍가락지를 손꼽았다.
이대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가를 하셔 형이랑 나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없다”며 “어려운 형편이라 야구용품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 쌍가락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 야구용품들을 사고 돈을 벌어 쌍가락지를 다시 찾아오는 일을 스무 번 정도 반복했다”고 밝혔다.
MC들은 할머니가 이대호와 형을 키우려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겠다고 말하자 이대호는 할머니가 매일 새벽부터 팔도시장에서 콩잎에 된장을 발라 팔았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초등학교 때 장사하러 나가시는 할머니 손수레를 끌어드리곤 했는데 어린 마음에 창피해했었다”라며 “큰 덩치에 야구 유니폼까지 입어 확 튀는 모습으로 손수레를 끄는 게 창피해 많이 도와드리지는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교시절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다고 한다. 야구를 열심히 해서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는 것이 삶의 목표였는데 할머니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목표가 사라져 버린 것.
“그때 야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는 이대호는 “정말 열심히 야구를 해서 성공하는 것이 할머니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팔도시장에 계신 할머니 친구 분들께 된장할매가 손자를 잘 키웠다는 얘길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