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은 2월 18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돼 석방됐다. 2024년 9월 열린 1심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 및 대마 흡연 및 교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과 벌금 200만 원, 추징금 150여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그는 약 5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이에 검찰은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해 향후 재판을 이어가게 됐지만 유아인으로서는 부담을 조금 덜어낸 상태다.
‘승부’의 개봉 결정은 유아인의 항소심 선고 직전 확정됐다. 제작진은 유아인의 2심 선고와 상관없이 일단 영화를 공개하기로 했고, 개봉을 앞두고 진행하는 각종 홍보 활동에서 유아인의 이름부터 얼굴 등을 ‘지우고’ 작품 자체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주인공 이병헌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를 알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
‘승부’는 한국 바둑의 레전드로 꼽히는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화를 그린 이야기다.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패한 뒤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실제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 관계인 바둑의 전설들이 겪은 실화를 옮긴 만큼 주인공의 이름도 실명 그대로 쓴다. 이병헌이 조훈현 9단, 유아인이 제자인 이창호 9단을 각각 연기했다.

‘승부’는 여전히 활동 중인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논란을 빚은 배우들이 주연한 영화가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는 많지만 ‘승부’는 실화인 만큼 유아인의 상황과 연결돼 곤욕을 치렀다. 상대적으로 부정 이슈에 관대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섣불리 ‘승부’의 공개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은 한국 바둑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사제지간으로도 유명하다.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드는 인물들이다. 영화는 세계 최고 바둑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우승해 국민의 영웅이 된 조훈현이 ‘바둑 신동’으로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으면서 시작한다. ‘실전에서 기세가 8할이야’라고 말하는 조훈현은 제자와 한집에서 지내면서 수년 동안 함께 훈련한다. 둘이 맞붙은 첫 대국. 모두가 스승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다. 영화는 오랜만에 패한 스승과 비로소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제자의 팽팽한 대결과 성장에 집중한다.
#유아인의 존재, 영화 흥행에 어떤 영향 미칠까
‘승부’는 당초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기획해 완성한 작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공개 플랫폼을 바꿨다가 다시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수정한 데는 ‘배급사 교체’가 결정적이었다. ‘승부’를 다시 사들여 극장 개봉을 시도하는 투자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는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입소문 중심의 바이럴 마케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곳이다. 최근 3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소방관’과 설 연휴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2’의 248만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배급을 시도하는 신흥 강자로도 평가받는다.

‘승부’ 측은 영화 개봉을 알리면서 공개한 예고편과 각종 정보에서 유아인의 이름과 모습을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투톱 주연 영화이지만, 예고편에서 유아인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나 시사회를 비롯해 인터뷰 등 각종 홍보 활동에서도 유아인을 참여하지 않고 이름을 전면에 부각하지도 않기로 했다. ‘지우기’ 혹은 ‘감추기’ 전략이다.
대신 이병헌이 앞장선다. 이병헌은 2023년 주연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2024년 12월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어느 때보다 배우로서 대중에 깊은 신뢰를 주고 있는 만큼 ‘승부’ 역시 ‘이병헌의 영화’로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연출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조감독을 거쳐 ‘보안관’으로 데뷔해 2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김형주 감독이 했다. 제작은 영화 ‘공조’와 ‘군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맡았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