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발제를 맡은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은 "대중음악 산업의 근간에는 기획사와 가수가 맺은 전속계약이 있다"라며 "그러나 그 매듭(전속계약)을 풀어도 된다고 이간질하는 부도덕한 타 기획사와 음악 프로듀서, 그 뒤에 숨은 거대 자본, 일부 팬덤들과 정부 정책들이 어우러져 기획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단체들은 기획사와 소속 임직원들이 더 이상 '갑'의 위치가 아니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 사무총장은 "무명 가수 시절엔 과중한 관리 책임 의무와 수많은 규제를 방어해야 하는데 막상 소속 가수가 흥행에 성공하면 계약해지를 당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산업 내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약해지의 배경에 탬퍼링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전속계약서상 의무와 책임이 기획사에게 과하게 몰려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매연 이남경 국장은 "업무의 환경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도 10년 전 마련된 표준전속계약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연예계 전반에 팽배했던 '노예 계약'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표준전속계약서가 아티스트의 권리를 지나치게 보장하면서 도리어 회사를 '을'과 '약자'로 만들어버렸다는 주장이다.
그는 "양자간의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지켜지는 계약이므로 계약을 지킬 것이라는 상호신뢰 하에 계약이 이뤄지고 모든 파생 행위가 진행되는데 표준전속계약서의 원 취지상 모든 의무와 책임은 기획사에 치중돼 있고 연예인의 의무는 극히 제한적인데다 정식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 탓에 전속계약 분쟁이 대부분 회사는 방어하고, 가수가 공격을 하는 일방적인 측면을 가지면서 회사가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등한 관계에서 협력할 수 있는 형태의 계약서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NJZ의 팬덤 버니즈가 성명문을 내고 "K-팝 산업 전체가 아니라 하이브와 어도어의 입장만을 대변해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도 없이 특정 사건을 탬퍼링 사례로 들고 있다"며 가요계 단체들이 이익집단에 편향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본격적인 소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우려'를 이유로 관련 단체들이 소송 당사자를 대변해 입장을 내놓는 행위가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면서 NJZ 멤버들의 계약해지가 탬퍼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팬덤 측은 "'하이브 사태'는 아티스트의 탬퍼링 문제가 아니라 모회사인 하이브가 자회사인 어도어의 대표이자 주주인 민희진 전 대표의 경영권을 탈취한 사례"라며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은 채 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위반하며 자회사인 기획사와 제작자, 창작자, 아티스트의 권리를 침해하고 K-팝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가수는 기획사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14일 이내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간 내에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는 과거 연예기획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속 연습생과 가수들에게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며 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조항"이라며 "5개 단체는 NJZ 멤버들이 전속계약에 근거해 해지권을 행사한 것을 마치 K-팝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으나 이는 연예인의 계약상 권리를 무시하고 연예기획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