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의 계약에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1년 뒤 탬파베이와의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한 내용이다. 즉,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 복귀를 예상하는 김하성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선수 측은 탬파베이와의 1년 계약을 이어가기보단 옵트아웃을 내세워 FA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안고 있는 김하성은 올 시즌 무조건 건강한 선수로 인정받고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더 증명해야 한다.

어느새 메이저리그 5년 차의 커리어를 쌓은 김하성. 키움 히어로즈 출신 두 후배들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 상황들이 여전히 신기하지만 선배로서 걱정과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최근 탬파베이 레이스의 캐빈 캐시 감독은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하성의 타격 및 수비 연습을 보면 수술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멀쩡하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김하성의 몸 상태가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하성도 인정했다. “하체의 움직임 만큼은 지금 당장 경기에 나가도 될 만큼 몸을 잘 만들었다”라고 자신했다.
“정말 준비를 잘하고 있다. 하체 움직임은 지금 경기에 나가도 될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하지만 송구는 아직 한 베이스 정도의 거리만 던지고 있다. 던진다기보다는 계속 (수술한 어깨를) 적응한다는 느낌으로 맞춰가는 중이다. 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오버 페이스’다. 최대한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어깨가 경기에 뛰어도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시범경기가 한창이다.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김하성으로선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선수들, 코칭스태프와 친해지는 게 우선인 것 같다. 팀 훈련보다 개인 훈련이 많아 기회가 잦지는 않지만 같이 훈련할 때는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는 편이다. 타격보다는 수비할 때 있는 힘껏 던지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입단 때는 메이저리그가 처음이다 보니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좋은 대우를 받고 온 만큼 구단이 최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는 것 같다. 재활 훈련에도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구단이 정말 많이 신경 써준다. 이런 환경들이 재활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사실 재활이라는 게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멘털적으로 힘들 때도 많은데 환경이 좋다 보니 오히려 힘도 나고 좋다.”
김하성의 올해 연봉은 1300만 달러. ‘스몰마켓’으로 유명한 탬파베이 구단에서 연봉 1000만 달러를 넘기는 선수가 김하성 포함 세 명밖에 없다. 탬파베이로선 김하성의 재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김하성과 탬파베이와의 계약은 소문조차 나돌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그래서 처음 그 계약 소식이 들렸을 때 모두가 의아해했고, 당황했다. “왜 김하성이 탬파베이를?”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탬파베이가 왜 재활 선수에게 그 많은 돈을 지급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나돌았다. 이에 대한 김하성의 답변이다.
“탬파베이 구단이 부상 선수인 내게 그렇게 많은 연봉을 주는 데 대해 감사했다. 많은 돈을 주는 선수는 구단이 특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걸 고려했다. 내가 몸을 잘 만들어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팀, 그런 팀을 찾았고, 나를 세심하게 챙겨줄 수 있는 팀이 탬파베이였다.”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온 후 계약이 늦어지자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김하성의 FA 계약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어깨 수술을 한 내야수한테 좋은 계약을 안기기란 어렵다는 내용들이었다.
“FA 선언 후 계약은 에이전트한테 일임했다. 미디어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냈지만 어떤 형태로든 계약이 성사될 거라 믿었다. 어차피 나는 다시 증명해야 하는 선수고, 야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건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탬파베이 구단이 그걸 도와주리라는 확신이 컸다.”
김하성은 비시즌동안 한국에서 착실히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 더 건강해질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니 FA 계약이 늦어져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하성은 김혜성이 LA 다저스를 선택하면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내가 샌디에이고란 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 내야수들이 올스타급의 스타플레이어였다.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 크로넨워스 등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들이 포진돼 있었다. 이후 잰더 보가츠까지 합류했다. 그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김)혜성이도 다저스란 팀을 선택하면서 이런 경쟁을 염두에 뒀을 것이고, 그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고 본다. 나는 그런 혜성이의 결정을 존중한다. 나처럼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실력이 느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LA 다저스가 김혜성과 계약한 건 그가 KBO리그에서 보인 활약과 운동 능력, 기록 등을 인정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오퍼를 한 것이다. 그걸 잊지 말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하성은 인터뷰를 이어가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은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된다, 안 된다 등등 선수를 놓고 다양한 시각으로 저울질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날이 올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자존감이 상당히 떨어졌다. 샌디에이고 입단 첫해,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한국에서나 좋은 선수지 여기서는 좋은 선수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느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자신이 좋은 선수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고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난 혜성이가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혜성이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앞으로 더 발전할 선수인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이제 겨우 시범경기 몇 경기 치렀을 뿐인데 주위에서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김하성은 그렇다고 해서 김혜성이 걱정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를 먼저 경험한 ‘형’의 마음으로 이런 조언을 하는 거지, 김혜성의 입지가 불안하거나 그가 못할 거란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만약 내가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샌디에이고 원정에 동행한다면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몸이 100%가 됐을 때 경기에 나서고 싶다. 경기 출전에 대한 욕심을 앞세운다면 팀도, 나도 손해다. 확실하게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선보이는 게 나를 기다려준 구단과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수술과 재활 기간 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리셋 중이라는 김하성. 탬파베이 구단은 더 건강해지고, 더 민첩해진 김하성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하성은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고.
미국 플로리다 포트 샬럿=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