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재 원인으로 지목된 공시는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24.11.08)의 철회('25.01.23) △주권 관련 사채권의 취득결정(자율공시)('24.11.08)의 철회('25.01.23) △유상증자결정('24.11.08) 내용 중 발행주식수 및 발행금액의 20% 이상 변경('25.01.23) 등이다. 이수페타시스는 공시 번복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도체 기판(PCB)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수페타시스는 2024년 11월 돌연 2차전지 소재 제조사 ‘제이오’ 지분을 인수하는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5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액 중 2500억 원을 제이오 인수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했다. 시너지 효과를 알 수 없는 기업의 인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져, 결국 기업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 당시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을 위해 3% 이상 지분을 모으며 세 결집에 나서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증권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 주주는 AI(인공지능) 기반 MLB(모바일·랩톱·베이스스테이션) 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며 목표주가를 5만 4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당국도 이수페타시스의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결국 이수페타시스는 세 차례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끝에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제이오 인수는 무산됐다.
제이오 인수가 무산되면서 추진했던 유상증자 규모도 생산 설비 확대를 위한 비용에 들어가는 2500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확정된 현재 유상증자 규모는 3404억 원으로 확대됐지만 기존의 유상증자 규모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유상증자 발행 목적을 확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정정공시가 수차례 이뤄졌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제이오 인수 추진이 시장에 알려진 2024년 11월 11일 전 거래일 대비 22.68% 급락하기도 했다. 국민연금도 혼란에 빠진 기관 투자자 중 하나다. 이수페타시스의 지분을 10%가량 가지고 있었던 국민연금은 지분을 일부 정리하면서 12월 한때 지분율이 7.43%까지 내렸다.
다만 제이오 인수 불발 이후 시장의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제이오 인수 불발이 확정되자 보고서를 통해 이수페타시스의 목표주가를 3만 5000원에서 5만 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계약을 철회하면서 주가 할인요소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산설비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선회해 추진되는 유상증자도 호재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는 당초 올해 설비투자액을 8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상향하며 생산능력 증가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이수페타시스 본사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9% 늘어난 8524억 원으로 이전 전망치 14% 증가보다 성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800G 스위치 물량 증가로 수익성도 호전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2024년 836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24%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1042억 원, 761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8%, 60%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분을 대거 매각했던 국민연금이 지난 2월 20일 지분을 되사면서 10%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당시 매입한 주당 매입 단가는 4만 2800원 수준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매입한 직후 주가는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지난 4일 종가 기준 3만 6650원까지 하락했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의 결집된 지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수페타시스의 소액주주들이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을 통해 결집한 지분율은 6.13% 수준이다. 논란이 고조됐을 무렵에는 결집률이 8%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지분을 더하면 15%를 넘는 상황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최대주주 측 지분율을 보면 (주)이수 21.19%,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 부인 김선정 씨 4.27% 등 26.59% 수준이다.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지분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페타시스의 시가총액은 2조 3623억 원 수준이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이 제시하는 밸류업 방안을 확인하고 행동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사모펀드나 국민연금과 연대하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으나, 현재는 회사 측이 제시하는 밸류업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전향적으로 소액주주 편에 설지는 의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안건에서 지배주주의 편에 선다”면서 “국민연금이 투자 시 모든 투자자를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주식과 관련해 따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공시된 내용 외에 따로 답변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