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일할 준비가 됐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일은 정말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한 감사 표시를 나타낸 것과 동시에 광물협정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많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압박 외교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손을 들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군인, 공무원 급여 등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부분에서 미국의 큰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관련기사 “전문가들의 대단한 TV쇼”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파국 그후). 여기다 무기 등 군사지원에 있어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유럽보다 훨씬 높다. 미국과 등을 질 경우 젤렌스키는 ‘반 트럼프 투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순 있겠지만 우크라이나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익은 모두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전직 외교당국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시늉’을 하다가 결국 백기를 들고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면서 “광물협정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미국은 이전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끌고나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광물협정 조건이 불리해지더라도, 미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존심을 내려놓을 것”이라면서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측면에 있어서 미국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충돌한 이유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있어 견해가 달랐던 까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접적인 안전보장을 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상호 광물협정을 맺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자원산업에 투자를 한다면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광물협정이 곧 ‘비공식 간접 안전보장’이라는 취지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보다 더 강력한 형태의 ‘공식적 직접 안전보장’을 원했지만, 그 뜻을 스스로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