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는 추신수는 류현진과의 맞대결 가능성에 대해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제공=soonsports |
# 보라스, 안토네티 단장의 전화
추신수에게 제일 먼저 트레이드 소식을 전한 이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였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계속 불거졌던 추신수의 트레이드는 류현진이 LA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매듭지어졌다.
“클리블랜드의 안토네티 단장이 전화를 해오기 전에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전화를 먼저 받았다. ‘곧 트레이드 될 것 같다’는 내용만 전했을 뿐 어느 팀인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 안토네티 단장의 전화를 받고나서야 그 팀이 신시내티라는 걸 알게 됐다. 솔직히 내가 신시내티로 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신시내티는 지난 여름 트레이드 시장이 열렸을 때 나한테 관심을 보인 팀이긴 했지만 시즌 마칠 때까지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아 잊고 있었다. 그래서 막상 팀 이름을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
# 클리블랜드를 떠나는 소회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에게 빅리그 주전 자리를 보장해줬다.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지만 부단한 노력과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클리블랜드에서의 추신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6년간 동고동락했던 팀이라 클리블랜드를 떠나는 추신수의 마음이 남다를 것 같았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막상 이렇게 떠난다고 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이 생각나더라. 클리블랜드는 나한테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팀이다. 내 야구인생의 많은 사연들, 추억들을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이 훌륭한 선수들, 선수들에게 진심을 다했던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 모두 잊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새로 오신 프랑코나 감독님과는 얼굴도 못 보고 전화로 인사드린 것밖에 없다. 결국엔 이렇게 제대로 뵙지도 못하고 팀을 옮기게 됐다.”
추신수는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인 클리블랜드에서 중고참에 속했다.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주도했고,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스프링캠프장이 위치한 애리조나에서는 캠프장 관리인, 장비 담당자 등 음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따로 불러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정감있는 행동을 해왔다. 추신수의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지자 구단 관계자들은 물론 선수들도 전화나 문자로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문자를 받았다. 주로 구단 관계자들과 코치,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보낸 문자들을 읽으면서 감동도 했고, 눈물도 났고, 또 위로도 받고 희망도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쉬움을 먼저 전하면서 ‘좋은 선택’이라는 말을 해줬다. 그들은 나를 동양 선수로 대하지 않았다. 클리블랜드의 한 선수로 인정해줬다. 그래서 더 헤어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많이 그리울 것이다.”
# 추신수한테 신시내티 레즈란?
추신수가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신시내티 레즈는 최근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디비전시리즈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일찍 ‘가을 야구’를 마감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히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추신수도 전통 있는 팀,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뛰게 된 데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시내티가 어떤 팀이란 건 나보다 야구 팬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다. 정말 좋은 팀, 강팀 아닌가. 무엇보다 ‘이길 수 있는 유전자’가 있는 팀이다. 타자에게 유리한 홈구장이고,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나 또한 긴장감 늦추지 말고 스프링캠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기 때문에 내 존재가 그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우익수 아닌 중견수 추신수?
추신수는 신시내티로 옮겨가면서 포지션 변경의 기로에 놓였다. 전담해왔던 우익수 자리에 신시내티의 거포 제이 브루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 브루스는 최근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34홈런 99타점을 올렸다. 이로 인해 신시내티에선 추신수를 중견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솔직히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중견수를 본 경험이 극히 적기 때문에 분명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포지션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일단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에나 내가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가 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포지션 걱정을 하고 싶지 않다. 트레이드에 100%의 만족을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얻은 게 있다면 잃은 게 나올 수도 있다. 단, 그 잃게 되는 부분을 얼마나 최소화시킬 수 있느냐가 내 몫이고, 숙제다. 어떤 포지션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일 것이다.”
# 류현진과의 맞대결? 봐주기 없다!
LA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이지만 지구가 다른 신시내티는 내년 시즌 LA다저스와 시범경기 포함, 총 10번의 경기를 펼친다. 자연스레 후배 류현진과의 맞대결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장면이다. 이전에 박찬호 선배님이나 서재응 선배님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지만 현진이와는 처음이고, 또 가장 친한 후배이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와 경험이 될 것이다. 승패를 떠나 서로가 베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이고, 프로다운 자세라고 생각한다. 봐주기? 절대 없다. 그건 현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한 건 친한 것이고, 야구장에서는 상대팀 투수와 타자의 관계일 뿐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현진이의 투구를 지켜보며 그 공을 상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다. 만약 현진이랑 맞붙게 된다면 나나 현진이한테도, 그리고 한국의 야구팬들한테도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추신수는 트레이드 발표가 난 다음날 애리조나 클리블랜드의 훈련장을 찾았다. 지난 12월 초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하며 ‘출근’ 도장을 찍었던 곳이다. 이제 그는 그 옆에 위치한 신시내티 레즈의 훈련장으로 옮겨 가야만 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