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 전무. | ||
GE의 선택을 세계기업이 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GE의 미래사업군에 대한 투자전략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향후 펼칠 자원배분 정책이나 세계 경영정책과 불가분의 연결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GE의 행보는 기업들에겐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야도 마찬가지. GE는 최근 플라스틱 사업부분을 아랍계 회사에 팔았다. GE플라스틱이 수익을 내지 못해서 판 게 아니다. 정세 변화에 따른 고유가와 원료수급의 불안정성을 들어 사업분야를 매각한 것. 때문에 당장 차세대 자동차 소재분야 사업에 함께 투자했던 GE플라스틱과 현대자동차의 사업협력관계도 변화를 맞게 됐다. 이미 카르막이라는 콘셉트카까지 같이 만들었지만 향후 이 차에 GE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현재 큰 이익을 내더라도 과감하게 팔아치우는 GE의 드라마틱한 사업군 조정은 단적으로 2001년도와 2006년도 사업군을 비교해도 드러난다.
지난 2001년 GE의 연간 매출에서 보험과 저성장사업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쯤 됐다. 하지만 9·11 이후 GE는 보험사업분야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매각했다. 2006년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저성장 사업군으로 분류된 분야의 비중은 5% 남짓하다. 체질을 빠르게 바꾼 것. 그러면서 GE 전체 계열의 수익은 2001년 1070억 달러에서 2006년 1630억 달러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126억 달러에서 207억 달러로 늘었다.
현재 GE가 강조하는 사업분야는 비행기엔진 제조나 원자력 사업, 가전제품과 같은 전통적 분야는 물론 MRI 같은 고가의 의료장비 제조, 물이나 공기 같은 환경관련 산업, GE머니 같은 소비자 금융, NBC유니버설 같은 언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특히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에너지 산업이나 물 관련 산업, 풍력 발전 등의 청정 에너지 개발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제반 사회환경이 이미 이런 쪽 제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내린 사업 전략일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연간 회계보고서에서 2001년 9·11 사태 이후 GE 주식을 매입한 것처럼 계속 주식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GE 주식의 수익률이 배 이상 나고 있고 사업전략이 제대로 가고 있는 데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GE 주식을 산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전후인 지난 97년 이재용 전무가 삼성전자 주식 96만 주를 450억 원어치 산 게 거의 전부다. 그때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원대 미만.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했지만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은 없었다. 2003년 미국-이라크전의 여파로 주가가 20만 원대로 떨어졌을 때도 삼성전자는 주식 소각을 통해 주가를 떠받들었지만 오너는 움직이지 않았고 지난해 말부터 펼쳐진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국면에서도 주식매입을 하지 않았다.
삼성그룹 오너가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집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이미 경영권 확보에 충분한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전자의 오너 지분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대세다. 이에 대해 ‘너무 비싸서 오너라도 살 돈이 없다’는 얘기는 삼성그룹 홍보실 주변에서 흘러나온 적이 있다.
이런 정황을 들어 삼성전자 오너들은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10만 원대 로 보고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너가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삼성전자는 2001년 매출액 32조 원에 순이익이 2조 9469억 원, 2006년엔 매출액 58조 9000억 원에 7조 9260억 원이었다. 매출액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순익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주가도 70만 원대를 넘기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이 이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증시의 큰손들이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얘기가 있다. 향후 성적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 수뇌부가 어떤 포트폴리오와 전략으로 시장의 투자가들에게 매력을 회복할지 주목받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