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박 후보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지금, 이 전 후보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TV토론회를 통해 박 후보를 혼쭐내고 돌연 사퇴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간접 지원’했지만 결과는 박 후보의 승리였다. 그의 막무가내식 맹공이 도리어 50대 이상 유권자의 분노를 샀다는 평가와 함께, 박 당선인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27억 원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성호스님이 국고보조금 27억 원을 수령한 것에 대해 사기혐의로 이 전 후보를 고발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성호스님은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전 후보를 상대로 원색적인 욕설을 섞어가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 측은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전 후보의 국고보조금 27억 원은 대선 레이스 내내 도덕성을 문제 삼아 집중포화를 받은 대목이다. 박 당선인 역시 이를 두고 이 전 후보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당시 이 전 후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다. 일단 이 전 후보와 통합진보당 측은 후보 사퇴 직후 논평을 통해 “선거보조금은 자격 있는 후보에게 의석비율을 고려해 나눠주는 것이다. 금권정치를 막기 위한 제도이며 불법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반환의 의무가 없다”며 반환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예산은 약 53억 원 규모다. 나머지 지출한 비용은 당원 모금이 안 되면 빚으로 갚아나가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 관계자는 “이 전 후보 말대로 국가에서 이 전 후보의 국고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 전혀 없다. 선거법상 의석수에 따라 대선후보 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등록일 2일내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중도 사퇴 여부를 두고 반환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다. 사실상 이 전 후보가 자의적으로 반환하지 않은 이상 그 돈은 고스란히 통합진보당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 전 후보의 국고보조금 27억 원은 그의 대선출마 목적 중 하나였다. 진보진영의 유명 정치칼럼니스트인 박성호 씨는 “이정희의 대선 출마 목적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대선과정을 통한 내부결속, 둘째 TV토론 참여를 통한 본인과 당 홍보, 셋째 야권 단일화를 통한 캐스팅보트 역할, 마지막으로 27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이었다. 군소정당으로서는 1년을 운영할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통합진보당이 27억 원을 다시금 반환할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논평을 통해 밝혔듯, 이미 상당금액은 대선 레이스를 통해 소진된 것으로 보이며 2013년도 당 사정 역시 밝지 않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 부정경선과 폭력사태를 통해 줄줄이 구속된 당내 인사들의 재판이 이제 속속 시작된다. 기본적인 당 운영 외에도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군소정당으로서는 당연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사태 직후 탈당한 한 비주류 측 인사는 “상황이 묘하게 꼬였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대선 과정에서 소수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정치적 활동을 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고, 일정 금액의 유세비용이 소진된 것도 맞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진보의 도덕성 문제다. 선거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애초 사퇴를 염두에 뒀다면 이건 부실한 법망을 이용한 편법행위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합진보당은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았다. 대중정당으로 가는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2013년도를 맞이하는 통합진보당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