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의 한 장면. |
겨울은 사계절 중 인간의 성적인 활동이 제일 빈번한 계절이다. 일례로 12~1월은 콘돔 소비량이 급증한다. 월별 출생률을 따져 봐도 9~10월이 단연 높다. 즉 한 겨울에 잉태된 생명이 가장 많은 셈이다. 일본의 생물학자 다케우치 구미코는 동물행동학(ethology)을 적용한 단계별 임신법을 주창했다. 이 독특한 임신법을 참고해 길고 긴 겨울 밤 사랑을 불태우며 아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1단계 전등을 꺼라
밤에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커튼을 쳐 바깥 불빛을 아예 차단해보자. 부부가 어두컴컴한 곳에서 서로를 더듬다보면 임신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케우치가 근거로 드는 것은 1965년 11월 9일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정전 사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다음 날까지 전력이 복구되지 못했는데, 270여 일이 지난 후 뉴욕의 산부인과들이 만원이었다. 세상이 온통 깜깜한 가운데 성생활을 한 부부가 많았던 까닭이다. 또한 정전에 따른 불안과 긴장이 여성의 배란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2단계 마스터베이션으로 임신율 높여라
마스터베이션을 하면 오래된 정자를 배출할 수 있다. 아기를 가지기 위해 섹스를 한다면 성관계를 갖기 전날 밤 즈음에 남편이 미리 자위를 하면 좋다. 섹스를 하는 당일에 신선한 정자가 나오기 때문. 임신율은 그만큼 높아진다.
3단계 배란일 이틀 전을 거사목표로 삼아라
아기를 갖고 싶은 아내는 기초체온을 기록해 평소보다 체온이 다소 높은 날을 배란일로 추정하곤 한다. 배란일을 알아내 남편을 빨리 귀가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작 아기를 갖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배란일 이틀 전이다. 배란일에는 난자의 수명이 다하기 때문이다. 수정란 착상률이 배란일 이틀 전에 약 40%인 반면 배란일에는 약 27%다.
4단계 일상을 벗어나라
‘허니문 베이비’. 신혼여행지에서 가진 아기를 일컫는 말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거나 파티를 한 후에는 정신적 흥분으로 인해 배란이 촉진된다. 오래된 부부라면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떠나보자. 일년에 한 차례씩 여행을 떠나면 부부사이가 원만해진다. 낯선 곳에서 서로를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또 의존하면서 심리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5단계 아내는 허리를 조여라
네덜란드 플로닝겐대학에서 여성의 엉덩이 대 허리 비율과 임신율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결과, 엉덩이-허리 비율이 차이가 나지 않는 여성일수록 임신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임신하기에 이상적인 엉덩이 대 허리 비율은 10 대 7 정도. 예를 들어 엉덩이 둘레가 85㎝라면 허리는 59.5㎝ 이하가 좋다. 단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임신에 지장이 있다.
6단계 남편은 씻지 말고 수염을 길러라
미국에서 기숙사 여대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과 접촉빈도가 높은 여대생일수록 월경주기가 짧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밀은 남성의 체취에 있다. 생물학자들은 남성 특유의 체취가 여성의 배란을 촉진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아기를 갖고 싶은 남편들이이라면 목욕을 하지 말고 수염도 나는 대로 길러보면 어떨까. 체취를 강하게 풍길수록 아내가 임신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7단계 따로 떨어져 각자의 생활을 하라
여성은 남성과의 접촉빈도가 높을수록 배란이 촉진된다. 반면 남성은 여성과 접촉이 잦으면 정자 수가 줄어든다. 영국의 한 생물학연구소에서는 파트너와의 접촉시간이 길수록 임신시킬 수 있는 정자의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성관계와 성관계 사이에 남성이 파트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 성관계 시 방출하는 정자 수는 기껏해야 2억 마리. 이에 비해 함께 머문 시간이 그 절반이면 다음 성관계 시 나오는 정자 수는 3억~5억 마리로 는다. 같이 있는 시간이 10%까지 확연히 줄면 정자 수는 무려 4억~6억 5000마리에 달한다.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생활하는 부부는 침실을 따로 써보면 효과가 있다. 또 잠시 별거를 하는 방법도 좋다.
8단계 SM플레이를 하라
가학적·피학적 성행위를 뜻하는 SM플레이를 하면 임신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고통과 배란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포유류 족제비과에 속하는 밍크 암컷은 교미 시 수컷에게 목덜미를 물려 출혈을 해야 배란이 일어난다. 인간 중에도 고통이 어느 정도 따라야 배란이 일어나는 여성도 있을 터. 단 지나친 행위는 주의하자.
9단계 아내는 바람 피워라(?)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더군다나 피임을 하지 않으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흔히 ‘정자전쟁’이라 부르는데, 난자의 수정을 놓고 복수의 남성의 정자가 경쟁하는 상태를 뜻한다. 물론 이는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본 임신법일 뿐이니 ‘절대로’ 직접 시도하지는 말자.
사정 시 남성이 배출하는 평균 정자량은 티스푼 하나(5㎖)로 약 3억 마리다. 그런데 정자들이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에 따르면 무수한 정자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다른 남자의 정자들이 난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는 ‘차단 정자(blockers sperm)’, 다른 남자의 정자들을 찾아내 죽이는 ‘살인 정자(killer sperm)’,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하는 ‘난자획득 정자(egg-getters)’가 있다. 이런 정자들은 다른 유전형질을 지닌 정자들이 들어올 때 활발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