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하는 시점, 한화 이글스는 리그 선두 자리에 올라있다. 5월 초 잠시 선두 자리를 맛봤던 이들은 6월 15일 다시 1위를 되찾은 이후 1개월 이상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한화의 선두 질주는 의외의 결과다. 장기간 '암흑기'를 걸어왔던 한화를 두고 지난 시즌부터 '반등'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선 '5강 이내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선두 등극을 내다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한화 반등의 원동력으로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맹활약이 첫손에 꼽힌다.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이들 모두 각각 18경기에 등판, 폰세는 11승 0패 평균자책점 1.95, 와이스는 10승 3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 중이다. 두 외국인 투수가 챙긴 선발승만 21승이다.
특히 폰세의 활약이 눈부시다. 승리(11승), 평균자책점(1.95), 탈삼진(161개) 등 각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WAR(스탯티즈 기준)은 5.75로 야수까지 통틀어 전체 1위다. 2023시즌 3관왕(다승, 평균자책, 탈삼진)을 차지하며 리그 MVP를 석권한 에릭 페디(당시 NC) 못지않은 기록을 내고 있다.
원투펀치가 팀을 이끄는 가운데 이번 시즌 한화는 '마운드의 팀'으로 꼽힌다. 류현진이 전성기 괴물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3선발로서 준수한 활약을 보인다. 신인왕 출신 문동주도 지난해 부진을 털고 커리어 하이 페이스를 보인다.
선발진 호투 이후에는 필승조의 활약이 이어진다. 한화는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역전승을 거둔 팀이기도 하다. 박상원, 김범수, 한승혁이 탄탄하게 뒤를 받친다. 마무리 김서현은 22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 경쟁을 펼친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최다 득표를 따내기도 했다.
한 때 팀 타율이 최하위에 머물러 약점으로 꼽히던 공격력도 차츰 올라가는 모양새다.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리베라토가 4할 타율을 이어가고 있다. 잠재력을 인정받던 외야수 문현빈은 리그 타율 순위 5위 이내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베테랑 최재훈과 채은성이 분발하고 있으며 차가운 겨울을 보냈던 하주석도 절치부심한 모습으로 힘을 보탠다.

리그 개막 이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다수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KIA를 외쳤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 당시의 전력을 대부분 유지했다. 필승조 장현식이 빠졌으나 또 다른 국가대표급 구원 투수 조상우로 공백을 메웠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KIA의 이번 시즌 순위는 크게 요동쳤다. 개막 초반 최하위를 찍기도 했다. 5강권 내에 들었다가도 다시 벗어나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다름 아닌 부상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큰 공을 세운 MVP 두 명을 잃었다. 정규시즌 MVP 김도영,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이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들의 출전 경기는 김도영이 27경기, 김선빈이 34경기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 주장을 맡아 타선을 이끌어야 할 나성범도 부상을 입어 5월부터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KIA는 6월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5강 이내에 진입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한화를 만나기 이전까지 리그에서 가장 흐름이 좋던 팀이었다. 이들의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은 백업 자원들의 분발에 있었다. 고종욱, 김호령, 오선우 등 야수들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주전 못지않은 활약을 펼쳐줬다. 이에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 KIA는 '함평 타이거즈'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전력 공백이 생긴 KIA가 순위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부상 없이 버텨준 기둥들의 존재도 한몫한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과 애덤 올러 등 원투펀치는 리그 정상급 투수로서 면모를 선보였다. 타선은 이범호 감독과 프로 입단이 불과 2년 차이만 나는 리그 최고령 타자 최형우가 지탱했다. 타율 3위(0.329), 타점 7위(55개), 홈런 9위(14개), OPS 1위(0.996) 등으로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단기간에 2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KIA는 후반기 반등을 예고한다. 부상자들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베테랑 김선빈과 나성범은 최근 퓨처스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2024년 토미 존 수술로 이탈했던 선발 자원 이의리도 복귀가 임박했다.

시즌 전 기대치에 비해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팀은 두산 베어스다. 당초 5강권 이내의 성적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좀처럼 하위권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개월 가까이 두산의 순위는 9위에 고정돼 있다.
두산이 유력 5강 후보로 꼽혔던 배경은 외국인 선수 라인업이었다. 2024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사상 첫 업셋을 당한 이후 절치부심한 두산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1선발 콜 어빈은 메이저리그 등판 경험만 134경기(선발 93경기)에 달하는 자원이었다. 빅리그에서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또 다른 투수 잭 로그와 제이크 케이브 또한 빅리그 경험이 있었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인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하지만 가장 기대가 컸던 콜 어빈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16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 중이다. 성적 외에 상대 선수들과 잦은 트러블로 구설에 올랐다. 강판을 당하는 과정에서 팀 동료, 코치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잭 로그는 보다 나은 투구내용(평균 자책점 3.49)을 보였으나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안타까움을 산다.
시즌 전 두산의 변수 중 하나는 허경민이 FA로 이탈한 3루 공백이었다. 2루수로 뛰던 강승호를 3루로 옮긴다는 복안을 내놨으나 뚜껑을 연 시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강승호는 개막 이후 약 1개월 동안 3루수로 출장하다 본래 포지션인 2루로 복귀했다.
결국 시즌 초부터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이승엽 감독은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처음으로 팀을 떠난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계약 마지막 해, 두산에서의 3년 차 시즌을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결과는 불명예 퇴진이었다.
감독이 떠난 이후로도 두산은 좀처럼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8위와는 6게임, 5강권과는 8.5게임 이상 벌어졌다. 1개월 이상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