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BBC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세 가지 시사점을 짚었다. 첫째, 이 대통령의 ‘아부 전략’ 둘째, 김정은의 존재감, 셋째, 무역 및 방위 문제가 그것이다. 먼저 ‘아부 전략’에 대해 “이 대통령의 아부 전략은 분명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하면서 “다소 조금 과장된 듯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택한 전략은 주효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젤렌스키처럼 곤란한 상황을 맞지 않고 트럼프의 호감을 얻은 채 백악관 집무실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한미 양국 정상 사이의 몇 안 되는 공통된 의견 가운데 하나다”라고 언급하면서 “전임 대통령은 김정은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대통령은 대화와 평화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BBC는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하고 남북 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보다 트럼프가 그 일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역 및 방위 문제에 대해서는 “당초 이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주된 목적은 양국의 무역 협정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논의하는 것이었지만, 두 정상 모두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비켜 갔다”고 언급했다.

‘폴리티코’는 비단 이 대통령만 이런 전략을 취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달 동안 외국 정상들 사이에서는 이런 태도가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하면서 “이는 트럼프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동맹국조차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는 다수의 정상들이 예측 불가의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섰지만, 이제는 모두가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주저하지 않고 아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은 회담에서 트럼프를 ‘아빠(daddy)’라고 부르면서 “당신은 정말 비범하다”고 치켜세웠는가 하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를 두 번째 국빈 방문에 초청하는 찰스 3세 국왕의 서한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 정말 놀랍다.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또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TV에서 보던 유명인을 보게 되어 정말 흥분된다”면서 트럼프를 가리켜 “매우 진실되고 강력한 인물”이라고 칭찬해 트럼프의 환한 미소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이런 식의 아부는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들이 쉽게 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단지 아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치밀하게 계산된 ‘미국 우선주의’식 수사를 사용했고, 그를 통해 한국의 안보 우선순위를 한국과 미국 모두의 윈윈으로 포장했다”라고 평했다. 이를테면 미국으로 가는 길에 이시바 총리를 먼저 만난 사실을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포장했다는 점(“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3자 협력을 강조하시는 것을 알기에, 미국에 오기 전 일본을 방문해 우리가 가진 어려운 현안을 조율했다”)이 그랬다.

‘디펜스24’는 ‘전략적 성공인가, 전술적 휴전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이 대체적으로 성공적이긴 했지만, 제한된 성공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성공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다시 말해 아부 공세로 우호적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노골적으로 칭찬했다는 점은 양국 간의 문화 및 역사적 문제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단기적 성과는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충돌을 피했고, 자신의 대북정책에 일정 부분 지지를 확보했으며,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장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과연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은 실제 이뤄질 것인가. 한국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렛대 삼아 더 공정한 무역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아부 전략이 안보 및 동맹 관리에 있어 어떤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며 남은 과제들을 지적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