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3일 새벽 3시, 일본 사이타마현 JR오미야역에는 300명의 철도 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이 기다린 주인공은 2010년 은퇴한 중앙선 차량 ‘201계’. 차고로 향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열차가 나타나자 열기는 절정에 달했고, 일부 팬들이 선로로 뛰어드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으로 번졌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도리테쓰’라 불리는 철도 팬들의 민폐 사례가 뜨거운 논란거리다. 금지 구역의 무단 침입은 물론, 펜스를 부수고,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는 사건까지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역 플랫폼에서 삼각대를 펼쳐 통행을 막는 일도 적지 않다. 더타임스는 “일부 마니아의 이러한 행동은 순수한 열정이라기보다 통제할 수 없는 집착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침대열차 ‘카시오페아’는 도리테쓰 사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찍고 싶은 특급열차’로 통한다. 지난 6월에도 이 열차를 찍겠다며 두 남성이 선로에 접근했다가 열차가 운휴·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철도회사에 피해를 끼친 명백한 불법 행위였다.

한 철도회사 직원은 주간신초 인터뷰에서 “철도 마니아 중에는 어느 역이 언제 무인화되는지, 보안이 허술한 곳이 어디인지 자세히 꿰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 온라인에서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철도 회사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취미라 할지라도 민폐 행위나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사례는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2019년 도쿄도의 한 철도 교량에서는 네 명의 남학생이 희귀 열차 사진을 남기려고 연막탄을 던지는 사고가 있었다. 2021년에는 열차 촬영 장소를 두고 다투던 중학생이 떠밀려 두개골 골절이라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러셀(제설) 차량마저 표적이 됐다. 올해 2월, 홋카이도의 JR소야선에서는 누군가 일부러 눈을 쌓아두는 바람에 러셀 차량이 긴급 정지했다.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장면을 찍고 싶었던 무모한 행동이었다. 철도회사 JR홋카이도 측은 “선로에 눈을 뿌리거나 접근하는 행위가 반복돼 열차가 급정지하는 사고가 잇따른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SNS가 부추긴 전쟁, 철도회사 고군분투
일본은 세계 유수의 ‘철도 대국’으로 꼽힌다. 1872년 도쿄 신바시와 요코하마 사이에 철도가 들어서며 철도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일본 철도망의 총연장은 2만 9000km로 지구 둘레의 4분의 3에 달한다. 하루 이용객만 약 6800만 명. 이런 배경이 철도 오타쿠 문화를 키웠다.

왜 도리테쓰의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까. 일본 닛테레뉴스는 그 원인을 ‘승인 욕구’에서 찾는다. “소셜미디어(SNS)에 더 주목받는 사진을 올리고 싶다”는 경쟁심이 커지면서 금지된 구역 침입이나 촬영 명소 다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민폐를 넘어 이제는 공공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도 회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동일본여객철도는 법을 준수하는 촬영자의 사진을 달력에 실어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었고, 사이타마현의 한 철도 회사는 철도 팬들을 위한 공식 모임을 마련했다. 사가미 철도는 사진에서 방해 요소를 디지털로 지우는 기술을 알려주는 워크숍을 열며 “안전하게 찍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열차가 지나가는 찰나, 일반인들에게 “비켜라” “방해 된다” 등 욕설을 퍼붓다 싸움이 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또한, 별도의 안전한 촬영 공간을 지정하고, 순찰 확대 같은 방식으로 행동 자제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