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는 지난 10월 1일 ‘환율정책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과 스위스가 미국과 맺은 무제한 통화스와프 모델의 전 단계라는 풀이도 나왔지만, 외환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환율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낮췄지만, 정부나 한국은행이 환율정책으로 관세 부담을 낮출 여지도 그만큼 줄게 됐다.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달러를 사 모으거나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경상수지는 지난 8월까지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며, 연초 이후 누적으로는 693억 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나 늘었다. 달러 공급이 늘어났지만 최근 원화가치의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출 기업들은 달러로 번 돈을 원화로 환전해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다시 달러로 지출해야 할 돈이 많거나,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면 환전을 유보한다. 당장 부족한 돈은 빌려 쓴다. 비싸게 달러를 구하는 비용보다 이자 비용이 더 싸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 최근 코스피 사상 최고가 경신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순매수 덕분이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도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은 반대다.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환율과 집값 불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리는 채권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추가 국채 발행 가능성도 크다. 국채 공급 확대는 금리 상승요인이다.
분수령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희토류와 콩 등으로 무역 전투를 벌여 온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통상 질서의 틀을 잡을지가 중요하다. 원화는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의 움직임에도 민감하다. 한국과 미국도 통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을 시도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국 조선업 부활은 경제를 넘어 중국의 해군력 강화에 대응하는 안보 현안이다. 한국이 제안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