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태 정무수석 | ||
정권 초기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1비서관 등을 사칭해 은행대출 등에 압력을 가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신당 창당 등 예민한 정치 현안을 내세우고, 그 방법도 치밀했다는 점에서 특이성을 띠고 있다.
조씨가 범행에 나선 것은 지난 5월29일, 설송웅 민주당 의원에게 유 수석을 사칭해 전화를 하면서부터다. 조씨는 전화에서 “신당 창당에 자금이 필요해 물건을 하나 매각하려고 하니 입이 무거운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무언가 수상쩍은 점을 인식한 설 의원은 곧바로 유 수석에게 전화해 조씨와의 통화 내용을 알렸다. 유 수석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경찰에 ‘가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조씨는 5월 29, 30일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게 무려 14차례나 전화를 했다. “야당에서 32명이 탈당해 여당으로 가려는데 영입자금이 필요하니 힘을 좀 써달라”며 1백억원을 요구한 것.
당시 박 의원은 음성이 유 수석과 비슷해 처음에 착각을 했지만 검찰 경험상 수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런 중요한 문제라면 만나서 얘기하자”며 범인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씨는 “힘을 써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직접 대면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것.
경찰은 설 의원과 박 의원이 통화를 한 조씨의 발신자 번호를 추적했지만 조씨의 휴대폰이 가입자 이름을 조작한 ‘대포폰’으로 확인돼 검거에 실패했다.
이후 조씨는 한동안 경찰의 수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 달여가 지난 6월 말. 조씨는 6월27일 오후 3시30분쯤 SK 비서실로 전화를 해 손길승 회장을 찾았다.
그는 손 회장과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자금 1백억원이 필요하니 5회에 걸쳐 20억원씩 현금으로 준비하면 재판중인 최태원 회장 건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유인태 수석쪽에 연락을 취해 ‘가짜’임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포폰을 추적해 지난 7월13일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박 의원이나 손 회장이 수뢰혐의와 분식회계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있어 접근하면 쉽게 돈을 받을 것으로 보고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