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들. 연예병사로 복무 중인 이들이 사복에 슬리퍼를 신고 담배를 피거나 명품백, 휴대전화까지 소지하고 있다. 정복 차림의 일반 사병들이 대기 중인 모습과 크게 대조돼 더욱 눈길을 끈다. |
현역 연예병사로 복무한 연예인 A는 ‘된장 군인’으로 유명했다. 군 복무 중에도 각종 군 행사에 참여하며 외부활동을 활발히 벌인 A는 외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인과 어울리지 않은 고가의 의상과 소품들을 갖춰 입고 나타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군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잦아 외출이 빈번했던 탓에 A의 모습은 일반인의 눈에도 자주 띌 수밖에 없었다. 몇몇 연예 관련 블로그에는 A의 군인답지 않은 자유분방한 모습을 질타하는 글들이 게재되기도 했다. 뒷말이 끊임없이 나오자 A의 매니저는 “오해가 있던 것 같다. 성실하게 복무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복무 내내 불성실한 모습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얼마 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던 연예인 B는 공항에서 몇 차례 목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군 복무를 결정할 때도, 입대할 때도 떠들썩한 행동으로 주위의 관심을 끌었던 B는 서울 소재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연예계에서 성격 좋기로 유명한 B는 특유의 사교성을 앞세워 근무지에서 함께 일했던 간부들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연예인 병사들이 근무하는 곳에서는 이들을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주위의 관심 속에 ‘비교적 편하게’ 복무를 하던 B는 급기야 정기 휴가를 동남아의 한 나라에서 보냈다.
당시 B는 입대 전 벌여놓았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허락을 받아 해외로 출국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은 물론 현역 병사들의 복무 중 해외 출국은 공적인 일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B가 휴가를 이용해 동남아로 떠날 수 있던 데는 근무지에서 받은 ‘너그러운 배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의 해외 출국은 그가 근무를 끝내고 소집해제가 됐을 때부터 연예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B의 측근들이 마치 무용담처럼 해외 출국 과거를 꺼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B의 ‘엄청난 과거’는 그가 이미 복무를 마친 상태에 흘러나와 큰 논란까지 일으키지는 않았다.
국방홍보원이 위치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주변에서 연예 병사들을 봤다는 목격담도 자주 온라인 게시판에 등장한다. 얼마 전 국방홍보원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은 한 게시판에 ‘밤마다 편한 차림의 연예 병사들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봤다. 누가 봐도 군인 같지 않았다’는 내용의 목격담을 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연기자 신성록이 부실 근무로 비난을 받았다. 대체 복무 중인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잦은 결근과 불성실한 근무를 했다는 이유로 시민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당시 관할 구청은 신성록을 비롯해 문제가 된 연예인 요원들에 대한 주의 조치를 취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부실근무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최근 연예 병사들의 부실 복무와 특혜를 두고 논란이 거세진 이유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1년 전 연예병사로 전환한 가수 비 때문이다. 비는 군 복무 중이던 이달 1일 배우 김태희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잦은 휴가와 외출, 복장 위반 등 규율을 위반한 사실이 사진으로 드러나면서 비를 향한 특혜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특히 연예병사라는 특수한 직위를 떠나 복무 중인 군인으로는 과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들끓었다.
실제로 비는 2012년 포상휴가 17일, 외박 10일, 외출 44일까지 총 71일을 썼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근무지원단장 포상 11일, 대대장 포상 4일, 홍보지원대장 포상이 2일씩이다. 여기에 외출로 쓴 44일 동안에는 스튜디오 녹음과 안무연습(25일), 국군 홍보 프로그램인 위문열차에 출연(19일)했다. 그 틈틈이 비는 김태희를 만났고 자유롭게 얻은 휴가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까지 함께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인 혹은 군복무를 마친 남자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국방부는 군인복무규율 위반으로 비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7일간의 근신 조치를 내렸다. 근신은 강등, 영창, 휴가제한 등 사병 징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연예 병사들의 부실 근무와 특혜 의혹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단발성 논란에만 그쳐왔던 이 문제는 엉뚱하게 비와 김태희 열애 사실 공개로 뜨겁게 가열됐다. 설상가상 논란이 일어난 와중에 비와 다른 연예 병사들이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한 공연에 군인 신분으로 참여해 하룻밤 숙박료가 60만 원이 넘는 특급호텔에 묵은 사실이 알려졌다. 행사 주최 측은 “공연이 워낙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당시에 숙박시설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여러 명의 연예 병사들이 함께 사용해서 실제 숙박비는 알려진 것보다 적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비난 여론이 줄지 않자 국방부는 연예사병의 포상휴가 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에게 7일간의 근신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에서 ‘봐주기 식의 조치’라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는데다 이후 또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연예병사는 출타할 경우 간부를 대동하고, 밤 10시 이전에 연습을 마치고 복귀해야 하고, 월 단위로 활동 내역을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강제조항이 아닌 제안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연예 병사를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여론에 국방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예 병사들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이 국방 홍보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평가다.
문제는 부실한 근무 태도가 연예 병사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란 데 있다. 일반 병사로 입대한 몇몇 연예인들의 불성실한 복무 행태도 최근 논란이 휩싸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해 8월 3군 사령부 군악대 소속 연예인 군인들이 한 공연에 참여했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에서 연예인 군인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명품 가방을 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손에 든 연예인 군인의 모습도 포착됐다. 군 당국은 “사진으로는 당시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비로 인해 촉발된 연예인 병사를 향한 불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